19년전 성폭행 사건 가해자 무죄…'피해자만 있고 범인은 없다'
17년 전 대구 여대생을 성폭행 한 범인으로 지목돼 법정에 선 스리랑카인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 국적 K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8일 확정했습니다.
K씨는 1998년 10월16일 밤 대구 달서구 마트 앞 길가에서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한 피해자 정모양을 구마고속도로 굴다리로 끌고 가 스리랑카인 동료 2명과 차례로 성폭행하고 가방 안에 있던 학생증과 책, 현금 등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했다가 피해자 속옷에서 나온 유전자(DNA) 정보가 13년 후 다른 사건에 연루된 K씨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재점화됐습니다.
재수사 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여대생 집단 성폭행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는 성폭행 도중 도망치다가 방향 감각을 잃어 고속도로로 진입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3년에 끝났고, 2명 이상의 범행에 적용되는 특수강간죄 역시 2008년 시효가 완성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정씨 가방에 있던 학생증, 현금 3천원, 책 3권 등이 사라진 점에 착안해 K씨는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은 K씨가 이를 훔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사건 당시 국내에 있던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해 "(K씨의 공범이) '이 여자를 성폭행했다'며 증명사진을 보여줬다"는 증인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K씨와 공범이 정씨의 학생증을 훔쳤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2심은 법정에 나온 증인의 말이 일부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그간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머물던 K씨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강제추방 형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 K씨를 스리랑카 현지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스리랑카에 넘기면 현지 수사기관이 이를 검토해 기소하는 식입니다.
스리랑카의 강간죄
다만, 스리랑카는 국제 형사사법 공조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상당한 법적·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또 같은 죄로 두 번 기소되지 않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을 어떻게 법리적으로 해결할지도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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