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복잡한 지하철 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고속터미널역에서 원하는 출구로 나가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한참을 걸어 한다. 지하철 2 ·7· 9호선이 한 곳에 모여있어 지하철 내부 거리가 긴 데다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고속터미널에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인파가 더욱 늘어나그 사이를 뚫고 가는것도 곤혹스럽다.
역에 화재라도 발생하면 이처럼 복잡한 고속터미널역은 대규모 피해 위험을 떠안고 있었다. 화재로 전기 시설이 망가져 보조 전기까지 끊어질 경우 지하철 내부는 깜깜해져 밖으로 나가가기 어렵데 괸다.
지하철 화재 발생 시 생명줄을 만들기 위해 지하철 9호선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 산하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기존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럭에 전기장치가 필요없는 자연발광기술을 결합시킨 새로운 ‘축광 안전유도블럭‘을 민간기업과 손잡고 개발해 14일 교체에 들어갔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 관계자는 “지하철 안이 완전히 깜깜해져도 유도블럭에서 빛이 나와 시민들이 안전하게 외부로 탈출할 수 있도록 인도해줄 수 있게 됐다”며 “15일까지 기존 유도블럭을 새로운 제품으로 모두 교체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광 기술을 유도블럭에 접목시킨 에코솔루션컴퍼니의 문상구 대표는 “2014년 일산 터미널에서 화재사고가 났을 때 직접 구조에 나섰던 한 소방관이 바로 3미터만 더 가면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축광표지판 같은 시설이 없어 가지 못했고, 결국 그 피해자는 질식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화재 등 재난상황 발생 시 승객 안전을 위해 이동시간 단축 방법을 고민하다 올해 1월 에코솔루션컴퍼니의 기술을 소개받고 축광 안전유도블럭 도입을 추진했다. 고속터미널역의 경우 2호선 밑에 7호선이, 그 밑에 9호선이 위치해 상대적으로 동선이 더 길어 승객 안전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측은 밝혔다.
지난해 말 감사원이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 대해 이동 거리가 긴 점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 것도 자극이 됐다. 서울시는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하철 내부에서 입구까지 걸리는 시간을 6분으로 정하고, 이 시간이 초과될 경우 추가 조치를 마련하도록 기준을 정해놨다. 감사원은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의 경우 7분을 조금 넘게 걸려 추가 대책을 요구했다.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 깔린 축광 안전유도블럭은 제품 내부에 아무런 전기장치 없이 주간의 태양광과 인조광원을 흡수한 뒤 이를 야간이나 화재 발생 등 응급 상황 시 발광하는 기능성 블럭이다. 불포화폴리에스테르수지와 골재코팅 방식을 이용해 이 같은 기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기존 축광재의 경우 발광 지속시간이 30분에 불과해 적용이 어려웠지만, 에코솔루션컴퍼니는 4시간 동안 발광이 지속되는 축광재를 개발해 이를 신제품에 적용했다. 일반 콘크리트블록보다 우수한 강도와 내구성을 갖도록 블록 전체를 동일 재질의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고속터미널역을 시작으로 전 노선에 축광 안전유도블럭을 단계적으로 확산·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의회 내부에서도 축광 안전유도블럭 확대를 골자로 한 조례 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