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캐비닛 문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17일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윤석열)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민정수석실 문건과 관련해 일부를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로부터 이관받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을 직접 조사한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맡는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해당 문건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려면 문건 작성자와 작성 경위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우선 문건 내용부터 확인·분석한 뒤 구체적인 수사 방향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최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에서 생산한 문건 300여 종을 발견했다며 국정농단 혐의와 관련된 일부를 지난 14일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자료들은 2014년 6월 11일~2015년 6월 24일 작성됐고, 그중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을 검토한 자필 메모는 2014년 8월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문건을 박 전 대통령 등의 뇌물 혐의 입증에 활용하기 위해 향후 관련자 소환 조사 등 수사 범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문건 생산 시기가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50·사법연수원 19기·불구속기소)의 청와대 재임기간(2014년 4월~지난해 10월)과 겹쳐 그가 민정비서관 또는 수석으로서 문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이날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자신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 "언론 보도를 봤습니다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재차 "청와대에서는 (우 전 수석이) 재임 기간에 생산한 문건이라고 하는데 본 적이 없는가"라고 물었지만 "(이미) 답변 드렸다"고만 짧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해당 문건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작성자 특정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직접 경험한 내용을 적은 것인지, 단순히 전해들은 내용을 옮겨 적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또 형사 법정에서는 해당 증거가 적법한 수단으로 수집됐는지에 따라 채택 여부가 갈리기도 한다. 청와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측이 증거 채택에 반대할 경우 문건 관련자를 증인으로 소환하느라 재판이 지연될 우려도 있다. 특검팀은 청와대에서 넘겨받은 문건을 먼저 검토했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최순실 씨(61·구속기소)는 이날 딸 정유라 씨(21)의 지난 12일 삼성 재판 '깜짝 증인출석'을 두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