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넛 프랜차이즈 '미스터도넛' 상표의 국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브랜드 사용권을 관리하는 아시아 본사 격인 더스킨홍콩과 한국 독점사업권을 가진 가맹본부 SDK2가 지난해부터 계약해지를 두고 벌인 법정다툼에서 본사 측이 일단 우위를 점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판사 김형두)는 더스킨홍콩이 SDK2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이들의 계약은 올해 1월 종료됐다고 판단된다"며 "SDK2는 미스터도넛 상표와 메뉴 등을 사용하거나 관련 제품을 판매해선 안되며, 이를 어길시 하루 300만원을 본사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더스킨 측은 현금 1억원 또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법원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상급심에서 결정이 뒤집히거나 SDK2 측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를 위한 담보금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다투는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이들 사이의 '신뢰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며 "사회통념상 계약 유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서에 따르면 한국 미스터도넛 매장은 더스킨이 정한 시스템에 따라 운영돼야 하고, 2회 이상 시정요구에 불응할 경우엔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더스킨 측은 지난해 11월 30일 국내 매장 영업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2017년 1월 31일자로 미스터도넛 상표 독점 사용권 및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SDK2는 "해외 본사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고 있다"고 맞섰다.
이같은 갈등은 SDK2가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매장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믹스로 도넛을 제조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벌금 300만원 형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다만 같은해 말 해당 법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올 5월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SDK2가 검찰에서 받은 유통기한 변조 혐의도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더스킨 측은 "해당 업소가 유통기한을 변조한 것이 명백하고,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계약해지를 주장했다.
이밖에도 △ 한국 미스터도넛이 본사 규정에 없는 메뉴를 판매하고도 시정요구에 불응 △ '당일 생산·판매·폐기' 영업방침 불이행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유들이 계약서의 규정에 명시돼있는 만큼 계약해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이번 결정에 따라 SDK2와 국내 직영·가맹 매장들과의 2차 분쟁도 예상된다. 당장 운영 중인 매장의 간판과 매장 내 광고물에 상표명을 쓸 수 없는 것은 물론, 본사에서 제공하는 도넛·음료 원자재까지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더스킨 측이 법원이 명령한 공탁금 등
SDK2 측은 "법원 판단은 존중하지만 일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항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계약해지 갈등이 불거진 후 가맹점은 정리해왔으며,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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