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인 올해 서울대 학부강의실에서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AI)' 앵무새 로봇이 탄생했다. 치매환자의 말벗이 되주는 이 앵무새는 사람과 어느정도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실시간으로 환자 건강상태까지 파악하고, 이상징후 땐 의사나 응급차를 불러주는 간병인 구실까지 한다. 실제 날 수도 있고 특허출원까지 된 이 앵무새가 바로 서울대 학부생들이 한 학기동안 수업을 받으면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피오(PIO)'다.
14일 서울대에 따르면 AI 앵무새 피오는 지난해 2학기 서울대가 공대와 미대 통합창의디자인 연계 전공 학생 37명이 7개 팀으로 나눠 첫 시도한 '로봇 AI만들기' 파일럿 강의를 통해 탄생했다. 4차산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시제품까지 만드는 획기적 시도였다. 수업은 공대·미대에서 각각 강좌을 개설한 뒤 교수 2명이 한 자리에서 강의하고 직접 교실에서 로봇을 만들어가는 '공동강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시도는 서울대는 물론 국내 다른 대학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시도였다.
서울대는 이 강좌를 올 2학기부터 3학점짜리 정식 전공 과목으로 채택했다. 디자인과 공학 등 각각 각기 다른 분야의 전공 수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은 해외 대학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강좌 개설을 주도한 김성우 서울대 아이디어팩토리 사업단 교수는 "미국 MIT대학에선 신기술이 등장하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야심찬 교수진과 조교 수십명이 매달리는 과목을 매학기 신설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강의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강의계획을 공개했을땐 공대·미대 교수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공대와 미대라는 기름과 물 같은 조합상 "과연 협업이 가능하기나 할까" 라는 염려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학생들 반응은 달랐다. 컴퓨터공학과, 기계항공공학과,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은 물론 6개국 18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기도 했다. 공대 관계자는 "그야말로 다양한 생각과 창의성, 각양각생의 전공·배경의 '괴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괴짜 수업이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학기만에 세상에 없는 단 하나뿐인 로봇을 직접 만들자'는 강의목표 제시에 겁 모르는 괴짜 학생들도 살짝 당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은 피오를 비롯해 사람을 웃기는 로봇, 멀리 떨어진 가족과 소통하게 해주는 로봇 등 7개의 창의적인 로봇을 내놓았다.
이 중 아이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로봇 '버디', 숨바꼭질 로봇 '피카봇'은 특허출원은 물론 국제학회에 논문까지 발표했다.
대학원생과 전문연구소 못지않은 성과를 낸 것이다. 윤주현 서울대 미대 통합창의디자인 연계 전공 교수는 "공대생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고 목적지향점이어서 그게 뭐가 되었든 빨리 만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예술가들은 기술을 현실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적용할지에 특화돼 마치 '아이폰'과 같은 디자인과 기술이 접목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앵무새 로봇 '피오'를 개발한 한국·말레이시아 학생 두명은 관련 특허 2건을 출원하며 실제 창업에 나섰다. 로봇제작자중 한명인 윤영섭 씨(29·전기정보공학부)는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아시아에 치매인구가 많다"며 "(수업에서)기존 치매 예방 로봇을 뛰어넘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는 목표가 일정 부분 달성돼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상처리·대화기능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치매 검진이 가능하고 이 데이터를 원격으로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어 사업성도 높다는 평가다. 이 로봇에는 사람의 음성을 텍스트로 인식해 다시 음성으로 대답하는 '챗봇' 기술이 적용됐다.
내장돼 있는 카메라로 사람을 인식하고 공중에 뜨거나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이 주최한 'SK Creative Challenge'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대 학내 창업센터에 입주하고 광명시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질적인 공대생·미대생간 조합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미대생들은 로봇을 자신의 작품 포트폴리오로 이해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숙고'하고 공대생들은 문제해결과 속도
[황순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