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하루였죠?
이런 무더위 속에 서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사흘째 물도 전기도 없는 생지옥 같은 여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민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굉음을 내는 발전기에 이어진 굵직한 전선이 아파트 입구 곳곳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10일 기관실 화재로 정전된 이 아파트 1천7백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케이블입니다.
하지만 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라 엘리베이터는 가동을 멈췄고, 꼭대기 20층에 사는 주민들은 꼼짝없이 계단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택배는 경비실에 쌓여 있고, 인근 음식점은 배달을 아예 포기해버린 곳이 많습니다.
▶ 인터뷰 : 배달원
- "고층은 저희가 못 올라가요. 올라갈 수가 없어서 취소도 많이 했어요."
집안은 사정이 더 심각합니다.
세탁기에는 빨래가 밀려 있고, 화장실은 촛불을 켜야만 합니다.
▶ 스탠딩 : 민지숙 / 기자
- "30도가 넘는 찜통더위지만 주민들은 선풍기도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 수 없습니다."
물까지 나오지 않아 1층에서 일일이 물을 길어서 버텨 보지만,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짜증만 밀려옵니다.
▶ 인터뷰 : 아파트 주민
- "일단 씻지 못하는 것. 생수로 화장을 지우기도 하고. 먹는 것도 설거지가 안 되니까 계속 냄새가 나거든요."
이 아파트는 정상적인 전기 공급까지 앞으로도 최소한 며칠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민지숙입니다.[mzhsh@mbn.co.kr]
영상취재: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서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