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인 소개로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신종화폐업체 G사에 투자했다가 이달초 수백만원을 날리는 피해를 입었다. G사측은 "1인당 최대 2비트를 투자하면 90일 내에 4비트를 준다"고 홍보했고, A씨는 1비트당 300만원씩 총 600여만원을 투자했다. G사는 최초 3일이 지난 후 40만원을 A씨에게 입금했지만 이후 한차례도 입금하지 않았다. 3주도 안돼 G사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A씨는 500만 이상을 고스란히 잃었다. A외에도 피해자들이 수두룩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피해보상을 받을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른바 가상화폐 가치가 급등하면서 이를 미끼로 한 신종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으거나, 존재하지도 않은 가짜 가상화폐를 내세워 서민들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11일 경찰청은 12일부터 무기한으로 가상화폐 관련 투자사기 등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점 단속 대상은 다단계 조직을 이용한 가상화폐 판매 사기나 고수익 배당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투자사기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업체나 구매대행자 등에 의한 횡령·사기 사건에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발생한 가상화폐 다단계와 유사수신 사기는 총 103건, 피해액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선 가상화폐를 이용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다단계 사기범 3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총 다섯 종류의 가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임의로 가격을 책정한 뒤 코인거래 순위 사이트인 코인마켓 캡에 등록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총 661억원을 챙겼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가짜 가상화폐 채굴을 위한 포인트를 지급하고 임의로 설정한 가짜 화상화폐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운영한 다단계사기범 8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투자자 모집에 따른 수당을 매개로 총 126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다단계·유사수신 사기는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 모집한다는 점,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척하며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점, 공개된 거래소에서 유통이 어렵다는 특징 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광개발·벤처투자 등 수법이 주를 이뤘지만 언론을 통해 많이 드러나자 거의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일자 금융사기범들도 교묘하게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경찰은 "가상화폐 사기범들은 통상 투자자들에게 전산시스템으로 가격 등락을 보여주지만, 이는 실제 거래와 관계없는 허상의 수치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기는 대부분 후순위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돌려막기식 다단계'가 주를 이룬다. 이런 방식은 일정 시점에 이르면 투자자 모집이 한계에 부딪혀 결국 파산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최근엔 비트코인 채굴기 등을 판매한다고 현혹해 돈만 챙기는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비트코인 채굴기 등을 싸게 판다고 속여 수십명에게 수천만원을 갈취한 A씨(22)를 구속했다. 새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수학문제 등 어려운 수식을 풀어야 하는데, 비트코인 채굴기는 이 암호를 풀어내는 고성능 장치다. A씨는 비트코인 채굴기 원리 등 비트코인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채굴기 가격이 시중에서 200만∼300만원대 고가에 형성돼 있는 것을 보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금 모집자나 상위 직급자들을 엄중 처벌해 재범을 차단하고 수사 이후에 명칭이나 장소를 바꿔 계속 범행을 하는 경우 전담팀을 편성해 반드시 추적·검거할 것"이라며 "제보자 등 범인 검거 공로자에 대해서는 신고보상금을 적극 지급할
경찰은 다단계 판매·후원수당 지급 또는 투자를 권유 받았을 경우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다단계판매업 등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와 상담하거나 금감원 포털 '파인'에서 제도권 금융회사가 맞는지 따져보는게 바람직하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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