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에 내몰린 서민의 절규가 아닙니다. 돈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고액 장기 체납자의 말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3억 원 이상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한 고액 장기 체납자들의 체납액은 무려 66조 원. 지난해 국가 예산 400조 원의 16%를 넘습니다.
이들의 세금 안내기 신공은 아주 다양합니다.
'베란다에서 떨어지겠다'며 자해하는 협박형, '불치병에 걸렸다'는 뻔한 거짓말형, 가족 명의로 재산을 돌려놓는 합심형, 조사관이 찾아올 때마다 세탁기나 신발장에 숨는 '숨바꼭질형'까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골프 선수의 아버지도 세금 3억 원을 안내고 버티다가 가택수색을 당한 뒤 16년 만인 지난달에야 완납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미안해하긴 커녕 욕설 문자와 협박 전화를 했고, 이게 알려지면서 비난이 일자 결국 유명 골프선수인 딸이 대신 사과를 해야했죠.
세금탈루는 새 정부 5대 공직 배제원칙에도 들어있을 정도로 중대한 비리입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부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직 인사들이 본인 혹은 가족의 세금탈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세금을 정직하게 내지 않아도 충분히 처벌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적발만 되지 않는다면 탈세를 하겠다는 국민도 절반이나 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이런 생각은 과연 누가 만들어낸 걸까요.
더 이상 이런 생각이 사회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악성·상습 체납자의 도덕적 해이에 관대해선 안됩니다.
상응한 처벌과 철저한 추적만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대다수 서민들이 봉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