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의 뇌물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출한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그러나 증거 채택으로 인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중 누가 더 유리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게 현직 판사들의 의견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59·구속기소)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등을 기재한 업무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대화를 했다는 진술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첩에는 '엘리엇 대책', '금융지주회사', '빙상·승마' 등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그룹 현안에 대해 청탁한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이 전달한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민원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첩 증거 채택 후 특검 측은 "강력한 간접 증거들로 확인되면 공소사실은 충분히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전해들은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특검의 중요 증거였던 '안종범수첩'이 정황증거로 인정돼 삼성에게 유리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사건에서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자백이나 대화 녹음파일 정도다. 오히려 공판과정에서 간접증거들을 놓고 공소사실을 입증·탄핵하는게 더 일반적이다. 특히 수첩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고도 채택되지 않았다면 모를까 직·간접 증거 채택여부로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이미 안 전 수석의 본인 재판에서도 동일한 수첩은 정황증거로 채택됐다.
재경지역 고법부장판사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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