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포켓몬고` 피해 우려…환불·결함 보상 조건, 소비자에게 불리

#소비자 김모씨는 지난 2월 28일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Pokemon GO)'를 이용하던 중 가상 현금을 구입했으나 2시간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정 이용을 정지당했다. 이에 김씨는 구글플레이와 포켓몬고 개발사 측에 계정정지 이유와 환불에 대해 문의했지만 사업자는 해명은 커녕 환불마저 거부했다.
한때 일일 이용자수가 최대 약 700만 명에 달하며 인기가 치솟았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의 거래조건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면이 많다는 지저기 나왔다. 미국 회사 나이언틱이 개발한 이 게임은 실제 현실의 특정 위치(공원 또는 관광지 등)에 몬스터를 배치시키면 소비자가 그 장소로 이동해 몬스터볼 등의 게임 아이템을 사용해 몬스터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3일 한국소비자원은 포켓몬고의 거래조건을 조사한 결과 가상 현금 환불 거부나 일방적 서비스 이용 차단, 콘텐츠 결함 보상 거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 포켓몬고 가상현금 '포켓코인' [자료제공 한국소비자원]

우선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가상 현금을 먼저 구입해야 한다. 국내 대부분의 온라인 PC게임에서 잔여 가상 현금을 10% 공제 후 환급해주는 것과 달리 포켓몬고의 가상 현금은 구입 후 7일 이내,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환급을 해준다고 돼 있다.
사전 예고 없는 일방적 서비스 이용 중단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포켓몬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계정정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계정 중단 직전에 구입한 가상 현금도 환급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는 이용자의 안정적 서비스 이용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률로 보장되는 소비자의 청약철회권까지 제한하는 거래조건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며 "독일의 경우 지난 1월 포켓몬고 소비자의 이의신청으로 서비스 재개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켓몬고 거래조건에는 '콘텐츠의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명시와 함께 게임의 일시적 지연, 오류 등 콘텐츠 결함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고 있었다. 국내 게임관련 콘텐츠 사업자의 경우에는 '콘텐츠산업진흥법' 제28조에 따라 콘텐츠 결함 등에 대한 보상 규정을 거래조건에 포함시킬 의무가 있어 소비자권리를 제한하는 거래조건은 개선이 필요하다.
이 외에 이 게임은 현실의 특정 장소(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제휴를 맺은 사업장 등)에 이용자들을 모이게 하는 효과가 있으나 서비스 이용 중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나 재산상 손해 등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광범위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까지 면책하는 것으로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관에 대해 독일에서는 지난 1월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손해배상 책임한도(1000달러)는 삭제했다
소비자원 측은 "사업자에게 잔여 가상현금 환급 및 콘텐츠 결함 보상 거부 등 이용자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필요한 경우 미국 협력기관인 거래개선협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