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잡기 위해 여장 투혼 벌인 경찰…"수사대상 전부 검거"
마약사범을 붙잡기 위해 여장까지 마다치 않은 국가대표급 킥복서 형사의 활약상이 화제입니다.
28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형사과는 지난 2월 마약 투약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관계 대상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앱에는 '얼음', '차가운 술'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와 함께 성관계 대상을 찾는다는 글이 다수였습니다.
성관계 시 흥분을 극대화하려는 마약 투약자들이 올린 게시물입니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접선을 시도했으나 쉽게 될 리가 만무했습니다.
마약 투약자들은 접선 장소 근처에 자리를 잡고 현장을 바라보다가 채팅 상대 여성이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자리를 뜨기 일쑤였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해놓고도 마약사범의 그림자도 못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여경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형사과 전체에 여경이 1명 뿐인 데다, 마약사범과 홀로 맞닥뜨려야 해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 위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형사과 형사2팀 소속 우정훈(32·경장) 형사가 여장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사비를 털어 자신에게 꼭 맞는 여성용 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사 입고, 검은 스타킹에 구두까지 착용했습니다.
또 가발과 선글라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래놓고 나니 누가봐도 영락없는 30대 여성의 모습이 됐습니다.
여장한 우 형사는 접선 장소로 나가 마약사범을 잇달아 검거했습니다.
예쁘고 젊은 여성인 줄 알고 다가섰던 마약사범들은 가발 벗은 우 형사에게 모두 제압됐습니다.
우슈 3단인 우 형사는 경찰관이 된 2011년 이후에는 킥복싱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고 합니다.
연간 서너 차례씩 지금껏 20회 이상 대회에 출전했으며 입상한 횟수도 10회가 넘습니다.
이 중에는 전국체전 은메달 2번, 국가대표선발전 은메달 수상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 형사는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여장을 하기로 했다. 이 방식을 쓴 수사 대상은 전부 검거했다"며 "검거 과정에서 격투는 없었다. 모두 완력으로 제압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양만안서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우 형사가 붙잡은 마약사범 5명
경찰 관계자는 "우 형사의 여장 사실을 모르는 동료들은 사건 관계인인 여성이 경찰서에 온 줄 알 정도였다"며 "우 형사는 평소 퇴근 뒤에도 범인 검거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훌륭한 경찰관"이라고 우 형사를 치켜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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