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의학을 통해 개인의 체질에 따라 음식과 영양을 다르게 섭취하라고 권하고 있고, 서양의학에서도 음식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통해 알러지를 일으키는 음식은 피할 것을 권유한다. 이처럼 개인에 따른 맞춤 영양은 유전학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 미국 터프츠 대학에서 영양유전학을 연수한 적이 있다. 영양유전학이란 사람의 유전형에 따라 영양제가 다르게 작용하기에 개인의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MTHFR 유전자를 예로 들어보겠다. MTHFR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엽산의 대사가 안되기에 체내 호모시스테인을 증가시켜 유방암이나 대장암, 심혈관 질환 및 치매 등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산모에게 이 유전자의 변이가 있을 경우, 아이의 구개열 기형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산모에게는 고농도의 엽산 복용을 권유하게 된다.
반대로 유전형에 따라 해로운 음식이나 영양소도 알 수 있을까.
누구나 몸에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불포화 지방산 오메가3가 APOA1 이라는 유전자의 특정 유전형에서 오히려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Clinical Nutrition 2002) 755명의 남자, 822명의 여자가 참여한 프래밍험 연구에서 APOA1 유전자의 A/A 유전형에서는 불포화지방산(오메가3)를 많이 복용할수록 좋은 콜레스테롤 HDL이 높아진 반면, GG 유전형에서는 오히려 HDL이 낮아졌다.
다른 연구에서는 오메가 3가 PPARA라는 유전자의 특정 유전형에서 중성지방을 오히려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Journal of Nutrition, 2005) 남녀 각각 1003명, 1103명 코호트로 구성된 또 다른 프래밍험 연구에서 PPARA 유전자의 162번째 아미노산의 L 변이 그룹에서는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먹을수록 중성지방이 유의하게 감소하나, V 변이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만약 두 개의 유전자 조합에서 하필 안 좋은 유전자의 조합인 경우에는 오메가3가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엽산이 특정 유전형에 따라 이롭게 혹은 해롭게 작용하기도 했다. 대장암 환자 686명과 정상군 740명을 분석했을 때 TYMS라는 유전자의 유전형에 따라 엽산이 대장암에 도움이 되기도, 반대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Gene, chromosome & cancer 2013)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는 몸에 좋은 음식일까, 나쁜 음식일까. 어쩌면 이 질문은 우문일지 모른다. 정답은 앞에서 말한 예와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다르다”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커피의 대사를 느리게 하는 CYP1A2의 변이가 있을 경우, 커피를 계속 마시게 되면 커피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데 이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더 높아지는 반면(Breast Cancer Research 2004), 카페인의 교감신경 자극으로 인해 심근경색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JAMA 2006). 즉 커피가 좋은지 나쁜지는 개인에 따른 유전형과 자신이 지닌 질병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비록 소규모 연구이거나 재현성 연구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합비타민, 칼슘, 오메가 3, 비타민 D는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다이어트 방법 중 내게 잘 맞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유전체 연구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필자는 유전체 검사 후에 음식과 영양 처방을 해준 경험이 많은데 이는 개인별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유전자 60% 정도에서 저탄수화물 식이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
이제 멀지 않은 미래에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이 스마트폰 앱에 저장된 내 유전자 데이터를 검색해보고 그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맞는 음식과 영양소만 섭취하는 맞춤 영양 유전학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경철 테라젠이텍스 바이오 연구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