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기재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말씀자료'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61·구속기소) 등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공판에 박영춘 SK그룹 부사장(CR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작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의 독대에 대비해 청와대에서 작성된 대통령 말씀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 SK그룹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쓰여 있다. 특히 각주까지 달아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설립,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SK종합화학이 외국인과 합작사를 설립한 것 등이 사례로 거론돼 있다.
검찰이 "말씀자료에는 대체로 덕담형 워딩을 많이 쓰는데 경고성 워딩이 써있다"며 SK에서 부담을 느꼈는지 묻자, 박 부사장은 "깊이 생각해본적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4시)가 "대통령 지시로 넣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박 부사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최 씨 소유로 알려진 독일 비덱스포츠가 SK측에 지원을 요구하면서 무례한 태도를 여러번 보였다는 박 부사장의 증언도 나왔다. 박재희 비덱스포츠 부장의 지원 요청 이메일과 관련해 검찰은 "아직 K스포츠재단과 협의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마치 맡겨둔 돈을 달라는 것처럼 굴어서 상당히 무례하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박 부사장은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어서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 작년 2월 15일 이후 1년 4개월여만에 박 전 대통령과 대면하게 된다. 이에 앞서 오는 26일에는 불구속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이들이 모두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루에 신문을 끝내겠다는 의도다.
한편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53·구속기소)은 최근 지인에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구속기소)이 아니었다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등의 29회 공판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정 전 차관의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공개했다.
정 전차관은 당시 지인에게 "내가 만든 것(지원배제 명단)이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이병기 비서실장을 모시고 했으면 이렇게 됐겠나. 누군가는 상식이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접점에 있는 사람들이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에게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바른 얘기를 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 증인 자격으로 나와 "(접점이) 특정 누구라는 게 아니라 아쉬움을 얘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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