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이듬해 사망한 고 백남기 씨의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전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 16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 지 하루만에 유족에 대한 사과 성명을 발표했음에도 유족측이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19일 이 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라는 것은 사과 받는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유족측을 직접 만나 사과할 뜻을 밝혔다. 이 청장은 유족측과 사과 방식을 논의 한 뒤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 등을 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최근까지만 해도 백씨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검찰 조사가 나올 때까지 유족 측에 대한 사과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백씨가 사고 이후 사망 전까지 입원했던 서울대병원 측이 백씨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종류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갑작스레 수정 발표하자 이 청장은 바로 다음 날 이 유족에 대한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측의 사망종류 수정은 경찰의 물대포가 백씨의 사망에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한 것과 다름 없다. 이후 이 청장은 전향적으로 백씨 유족 측에 대해 사과 제스쳐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 청장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살수차의 물대포로 인해 백씨가 사망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병원의 사망원인 수정은) 병원의 의학적인 판단"이라며 "(검찰 수사가 종료되면) 법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이후 갑작스레 입장을 변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지속적인 유감 표명을 해왔다"며 "(사과 표명은) 상황과 시대 인식의 변화로 인해 늦게나마 사과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이런 전향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백씨 유족측이 이 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이기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