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서 또다시 집배원 돌연사, '사람 잡는' 업무 강도 알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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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배원 돌연사 / 사진= 연합뉴스 |
또 한 명의 집배원이 돌연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7시께 경기 가평우체국 휴게실에서 집배실장인 용모(57)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빗속에서도 택배를 나르던 용 집배원은 이날 꼭두새벽 출근해 잠시 휴식을 취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후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가평우체국 동료였던 김모(49) 집배원이 토요일 택배 업무를 하다 빌라 계단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졌고, 약 3개월 후 또 다른 동료가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충원은 없었고, 동료를 잃어 슬퍼할 겨를도 없이 용 집배원은 이들의 공백을 메꿔야 했습니다.
집배원의 돌연사는 전국 우체국에서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충남 아산의 한 우체국 소속 곽모(47) 집배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1차 부검 소견상 사인은 동맥경화였습니다.
2월에도 일요일에도 출근해 우편분류 작업을 했던 아산 한 우체국의 조모(45) 집배원이 숨졌다.
이들 모두 평소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9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11명의 집배원(위탁집배원 포함)이 숨졌습니다.
이중 심근경색, 혈관질환, 뇌출혈 등으로 숨진 집배원은 5명이고, 돌연사는 아니지만 유서에 업무의 과중함을 토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사람 잡는' 업무 강도가 잇따른 돌연사의 배경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집배원들의 초과근무 세부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집배원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약 2천 800시간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매주 12시간 이상 더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토요일에도 택배를 배송하는 '토요택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주5일 근무 정착을 위해 2014년 집배원 토요일 휴무제를 실시했지만, 1년 2개월 만에 토요 택배를 다시 시행했습니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주말에 가족과 길게 시간을 보내며 주중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하는데, 토요일에도 쉴새 없이 일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점차 병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1인 가구의 증가와 수신인을 직접 만나야 하는 등기 업무의 활성화 등도 업무 강도가 강해진 요인으로 파악됩니다.
집배원들의 잇따른 안타까운 소식에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초 차량배달 확대, 근무시간 단축, 중간 거점 확대 등 대책을 내놨으나 이후에도 집배원의 안타까운 소식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배원들은 결국 인력 충원을 통해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가평의 사례에서 보듯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인력 충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집배 업무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만큼 이에 맞는 적절한 인원충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