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모여든 피난민들의 무허가 판자촌으로 형성된 부산 도심의 오지에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이들을 돌보았던 '푸른 눈의 성녀' 루미네 수녀(75)가 8년 만에 부산을 찾는다.
9일 부산 동구와 범일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10일과 16일 안창마을에서 '열두 아이의 엄마'로 불렸던 독일 오스나브뤼크 출신의 루미네 수녀를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루미네 수녀와 안창마을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천주교 부산교구 언양 본당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해 1979년 독일로 귀국한 루미네 수녀는 한국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잊지 못해 1989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동구 사회복지관 간호사였던 수녀는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안창마을을 알게 됐다. 루미네 수녀는 이곳에서 허름한 판잣집을 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세 살짜리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12명이 루미네 수녀와 함께 먹고 자며 가족처럼 생활했다.
아이들에게 수녀는 교사이자 엄마였다. 수녀는 한국말이 유창할뿐더러 '빛(루미네)'을 뜻하는 백광숙(白光淑)으로 한국식 이름도 만들었다.
2009년 남태평양 마셜 군도로 선교활동을 떠나기까지 루미네 수녀는 21년간 안창마을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친 것 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알코올 중독자 등을 지속적으로 도와주는 등 이름처럼 안창마을의 빛이 됐다.
루미네 수녀가 운영했던 공부방은 동구 범일동의 그룹홈 시설인 '우리들의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구는 10일 범일1동 주민센터에서 루미네 수녀의 방한을 환영하는 '우리들의 집' 지역 아동센터 2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범일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오는 16일 루미네 수녀 기념관에서 주민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방한 환영행사를 개최한다.
주최 측과 주민은 루미네 수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감
동구는 2015년 12월 루미네 수녀를 위해 안창마을에 기념관을 지어 수녀의 옛 사진과 책 등을 전시하고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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