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튼 비둘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배설물 때문에 지저분하기도 하고 혹시 병균이 옮을까 걱정도 되는데, 대책은 없는 걸까요?
이정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서울 금호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 밑 에어컨 실외기를 내려다 보니 비둘기 새끼 두 마리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습니다.
3주전 쯤 부화한 것인데, 실외기 주변엔 배설물이 가득합니다.
▶ 인터뷰 : 신승민 / 서울 금호동
- "에어컨 틀고 환기시킬 때 병균이 유입되면 어쩌나, 깃털이 날리면 어쩌나…."
인터넷 공간엔 이처럼 베란다에 자리잡은 비둘기 둥지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사연이 넘칩니다.
비둘기가 비좁은 에어컨 실외기 뒤편으로 파고드는 건 비둘기가 도시화됐기 때문입니다.
원래 비바람이나 천적을 피해 바위 틈에 둥지를 짓지만, 도심지엔 그런 곳이 드물어 실외기 뒤편이 대안이 된 겁니다.
▶ 인터뷰 : 유정칠 /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장
- "원래 씨나 곡물을 주로 먹기 때문에 더럽지는 않은데요, (최근엔 쓰레기장 등) 더러운 환경에도 노출되기 때문에 피부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병균을 보균한 경우가…."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끈을 뾰족하게 묶어 실외기와 베란다 난간에 설치하거나 철사를 길게 엮어 비둘기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 퇴치에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 스탠딩 : 이정호 / 기자
- "근본적인 해결책은 비둘기 숫자를 줄이는 것이지만, 3만 5천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는 무대책인 상황입니다."
외국 도시들이 적극적인 증식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과 달리 우리는 먹이주기를 자제하라는 단순한 계도에 그치고 있어 사람과 비둘기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