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서울 우박 피해 현장 '상상이상'…초토화된 농경지부터 박살난 자동차

담양·서울 우박 피해 현장 '상상이상'…초토화된 농경지부터 박살난 자동차

↑ 담양 우박/사진=연합뉴스

전례 없는 '우박 폭격'에 피해 지역이 초토화됐습니다.

농민들은 시커먼 하늘에서 쏟아지는 우박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쓰러지는 나무를 바라봤습니다.

전남 곡성군 겸면 운교리에서 25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박한보(52)씨는 1일 '우박 폭격'을 맞은 과수원을 돌아보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박씨 과수원뿐만 아니라 마을 25개 농가 30㏊ 농경지가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30분 넘게 쏟아진 우박에 초토화됐습니다.

천둥, 번개, 소나기와 함께 쏟아진 골프공 크기 우박은 지붕을 때리고 차창을 부수고 차광막과 비닐하우스까지 뚫고 들어갔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보낸 주민들은 아침 일찍 과수원으로, 밭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우박은 마을 주산물인 사과뿐만 아니라 수박·고추·깨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작물을 망가뜨렸습니다.

한 그루당 200여개씩 맺혔던 사과는 멀쩡한 열매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박은 날이 새도록 녹지 않은 채 과수원 곳곳에 쌓여있었습니다. 얼음조각에 막힌 하수구 주변마다 빗물이 범람했습니다.

8월이면 풋풋한 아오리, 추석 무렵이면 새빨간 홍옥, 겨울에는 과육에 꿀이 맺히는 부사까지 농가마다 멀쩡한 사과가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우박은 올해 농사만 망치지 않았습니다.

나무마다 가지를 부러뜨리고 껍질을 벗겨내는 등 회복 불능의 상처를 남겼습니다.

↑ 담양 우박/사진=연합뉴스

농민들은 다친 나무를 전부 잘라내고 새순을 길러 과수원을 재건해야 한다고 한숨 쉬었습니다.

박씨는 "태풍이 와서 열매 좀 떨어지는 수준과 규모가 다르다"며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고 울분을 삼켰습니다.

곡성군은 겸면과 오산·옥과·삼기면 등 우박 피해를 본 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담양군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금성, 용면, 월산면에서는 고추, 참깨, 오디, 복숭아, 매실 등 농작물 35㏊가 피해를 봤습니다.

비닐하우스, 벼 침수 피해도 50㏊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비닐하우스 48동, 주택 5동, 축사 3동, 차량 5대도 파손됐습니다.

서울 지역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일 오전 서울 강남권에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서울 서초구 지역을 시작으로 많은 비와 함께 우박이 관측돼 기상청은 주의를 요구했습니다.

현재 '우박 폭격'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 피해를 입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