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사실이 없다. 퍼즐을 맞춰봐도 잘 안맞춰진다. 이화여대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21)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직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받은 특혜 의혹에 대해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이날 정씨는 대한항공 926편을 타고 오후 3시 1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전격 귀국했다. 지난해 9월 28일 덴마크 도피 생활을 시작한 지 246일, 지난 1월 1일(현지시간) 덴마크 경찰에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된 지 151일 만이다. 오랫동안 도피생활을 한 점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가 실린다.
인천공항행 비행기에서 체포된 정 씨는 수갑찬 손을 가린 채 여객터미널 2층 27번 게이트를 나와 포토라인 앞에 섰다. 한쪽 눈이 별 모양인 노란색 스마일이 그려진 흰색 반팔 티셔츠에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정 씨는 삼성 승마 지원·이대 특혜 진학 등 자신과 관련된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비교적 차분인 어조로 부인했다. 삼성 승마 특혜 지원에 대해서는 "잘모르겠다. 어머니(최순실)로부터 삼성전자 승마단이 (선수)6명을 지원하는데 그 중 한명이란 얘기를 들었고 그런줄 알았다"며 부인했다.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학 입학 전형 때 메달을 걸고간 이유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메달 들고가서 (이화여대) 입학사정관에게 들고 들어가도 되는지 여쭤보라고 했고 가능하다고 해서 들고 들어갔다. 이대에만 들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중앙대 입시전형때도 들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억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전 대통령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이 대목에서 목소리 떨림) 저는 억울하다"며 자신에게 쏠린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이대 입학 취소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정씨는 "학교에 안 가 입학 취소를 인정한다.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한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돈도 실력'이란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는 "하도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욱하는 마음, 어린 마음에 썼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애기가 있는데 제 자식이 어디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다"고 당시 행동을 후회했다.
입국 결심 배경에 대해서는 "가족없이 혼자 (외국에) 있다보니 빨리 입장 전달해 오해 풀고 싶었다"고 했다. 해외에 체류중인 아들 입국 시기에 대해서는 "입국 날짜를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보호본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씨는 언론과 인터뷰 후 공항 계류장으로 이동해 검찰측에서 미래 대기해놓은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편 대한항공 기내 익명의 탑승자들 제보에 따르면 정씨는 한국으로 오는 내내 기내에서 긴장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기내에선 두끼의 식사가 제공됐는데 정씨는 첫 식사로 비빔밥을 먹었고 두번째 식사로는 죽을 선택했다. 식사후엔 이따금 무료한 듯 기내모니터장치로 뮤직비디오 등을 여러 편 감상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정씨의 입국 장면이 방송되자 네티즌들은 SNS와 포털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그의 입국 소식을 공유하며 "탓하지 마라. 다 엄마 때문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입국때 입은 스마일 티셔츠를 두고 네티즌들은 대부분 "국민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저 티셔츠도 매진되겠다"며 범죄자들이 입었던 옷이 인기를 끄는 행태를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씨가 입국장에서 모르쇠로 답변을 일관한데 대한 분노가 컸다. 'a040****' 네이버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삼성과 승마후원) 계약서도 엄마가 포스트잇 붙여서 가리고 줘서 내용을 몰랐다고 하더니 이건 뭐 다 모른다 하겠지"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오후 5시께 정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자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 이미 알린 대로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가 조사를 먼저 시작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를 체포한 뒤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인천공항 = 지홍구 기자 / 조성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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