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정유라 씨(21) 관련 이화여대 특혜 비리 혐의(업무방해)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비선실세' 최씨에 대해 내려진 첫 구형이다.
특검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경희 전 총장(55·구속기소)와 남궁곤 전 입학처장(56·구속기소)에게도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충근 특검보(61·사법연수원 17기)는 법정에서 "남 전 처장은 최씨와 함께 정씨를 이화여대에 합격시키기로 밀약했고, 최 전 총장 등은 담당 교수들에게 정씨에 대한 학사 특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인들이 학교에서 배신자로 찍히고 언론에 신상이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법정에 나와 증언한 이유는 진실을 은폐해서는 안된다는 정의감과 용기, 양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검과 증인들이 모종의 협상을 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또 박 특검보는 "이날이 특검 출범 6개월째"라며 "정씨가 범죄인 인도절차에 따라 체포·송환돼 (국정농단 수사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기도 하다"고 소회를 말했다. 반면 최씨와 최 전 총장 등은 최후진술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최 씨가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과정과 정 씨를 지원하는데 관여한 정황 등도 법정 증언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의 뇌물공여 등 21회 공판에서 정씨(21)의 승마계 후견인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전무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무렵 최씨가 '(승마협회 회장사인)한화 그룹이 잘 지원하지 못한다. 삼성그룹으로 바꾸면 잘할 것'이라고 여러 사람에게 말을 했다"며 "얼마 뒤 실제로 회장사가 삼성으로 바뀌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가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려고 하니 지원방안을 구상해보라"고 지시하자, "독일 현지법인의 컨설팅회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사실도 공개했다. 실제 최씨는 독일에 코어스포츠를 설립해 삼성으로부터 78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최 씨가 원하는 내용의 지원조건이 계약서에 다수 포함된 것에 대해 그는 "거의 100% 해줬다"며 "(최 씨) 힘에 의해 움직여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승마협회 비리를 감사하면서 자신의 과거 전력을 묻는다고 최씨에게 전하자, 그가 "참 나쁜 사람들이네요"라고 말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당시 문체부 노태강 국장 등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바 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한 말을 그대로 하자 둘이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진료' 관련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38·불구속기소) 재판에 결국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전날 강제 구인을 결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건강 등을 이유로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채종원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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