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수십년간 생활했더라도 유족연금 수급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직업군인이던 유부남 손 모씨(사망)와 슬하에 자녀 2명을 낳고 50년간 함께 산 박 모씨가 "유족연금을 지급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률혼 관계가 있는 한 사실혼 관계자(중혼적 사실혼)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앞서 2015년 부산가정법원에서 받은 판결을 근거로 "손씨와 부인 A씨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률혼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 합의가 명시적·묵시적으로 있지 않았다면 이를 '사실상 이혼상태'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법률혼주의와 중혼금지 원칙 아래에서 사실혼이 손쉽게 법률혼을 무력화하거나 그보다 우월한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사실혼은 혼인의 실체는 갖췄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의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1954년 A씨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3명도 낳았지만 1960
이에 국방부는 박씨가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을 신청하자 '법률상 배우자가 수급권을 가진다'며 지급 거부 처분을 내렸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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