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탓에 발생한 폐질환으로 생후 23개월된 아이를 잃은 아버지에게 제조사가 3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부모 중 한쪽에 대한 금액으로 실제 인정된 손해액은 7억8000여만원에 달한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숨진 아이의 아버지 임 모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옛 버터플라이이펙트)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세퓨가 임씨에게 3억692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퓨 측의 책임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위자료 총 4억원과 숨진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벌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2억여원 등 청구액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특히 "세퓨는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데도 영리 목적으로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기재했고, 이후에도 진심 어린 반성이나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당시 발병 원인 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씨 측은 "세퓨가 이미 폐업한 상태여서 실제 배상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퓨 전 대표 오 모씨(41·구속기소)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상태다.
앞서 피해자들은 제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는데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하는 등 설계·표시상 결함 때문에 상해를 입거나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세퓨 측이 사망한 피해자 부모에게 위자료 1억원, 상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각각 3000만원,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가습
세퓨 외에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대부분 피해자들과 조정에 합의해 사건이 종결됐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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