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해서 겨우 붙었는데 학교가 없어진다고 하니 수능을 다시 봐야 하나 고민됩니다." "(국공립대가 통합되면) 이제 우린 '국통대(국립통합대)' 서울 캠퍼스 학생이 되는건가요?"
대학체제 개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국공립대 통합' 방침을 밝히면서 위기감에 휩싸인 서울대 학생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대다수 학생들이 국공립대를 연결해 입학·수업·학위를 통합하자는 내용의 이 공약을 사실상의 '서울대 폐지론'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올라가 '대세론'이 현실화하자 총학생회를 향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대응하라"는 성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26일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학생회 공식 페이스북은 연일 '메시지 폭탄'을 맞고 있다. 최근 며칠동안만 수십명의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내 "(문 후보의)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공약과 관련해 왜 입장을 밝히지 않냐"며 학생회를 질타하고 있다는 것.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서울대 폐지론'이 뜨거운 감자다. 대놓고 "총학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는 게시글들까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문 후보는 대학체제 개편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대선 주자 중 하나다. 문 후보는 올해 1월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서울대와 지방 국공립대 간 공동 입학·학위제를 제시했다. 교육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한다는게 취지다. 그가 제시한 '연합 대학' 체제에서는 함께 입학하고 같은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자유롭게 캠퍼스를 오가면서 수학(修學)한 뒤 같은 졸업장을 받게 된다. 다만 이같은 방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문 후보의 10대 공약에서는 빠졌다.
특히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에만 집중하고 있는 학생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회와의 질의응답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한 공과대학 재학생 A학생은 26일 본지 취재진과 통화하면서 "현실적으로 철폐 불가능한 시흥캠퍼스 문제보다 학교 존립을 생각하는 게 학생회가 먼저 해야 하는 일 "이라며 "총학 응답이 계속 없으면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우들과 함께 자보를 쓰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학생은 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그깟 캠퍼스좀 생긴다고 학교 없애는 정책에는 가만히 있냐"면서 "기다리라는 말은 (문 후보가 당선될때까지) 조용히 있으라는거냐"고 일갈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아직 공식 공약도 아니지 않냐"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먼저 질의서를 보낸 뒤 답변을 받아 학생회 입장을 정하기로 내부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다만 질의서를 보내는 시기와 입장 발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학생회측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약으로 국공립대 통폐합안을 검토하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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