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민원 업무에 자살예방 상담센터 개소 업무까지 담당하며 부담감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회사무처 직원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국회 청원담당 계장으로 일하다 2013년 5월 숨진 조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는 2012년부터 민원인 응대가 포함된 청원 담당 부서를 총괄하게 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이듬해 상담센터 개소·운영 업무까지 추가로 수행하면서 낯설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가 받았을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자살 무렵의 정신 상태 등에 관해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원심은 공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국회 의정종합지원센터에서 연 6000여 건에 달하는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일을 총괄했다. 거기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명사다리 상담센터' 개소 준비까지 맡게 되면서 월 50시간 이상의 추가근무와 휴일근무를 감내해야 했다.
조씨는 센터 업무를 맡은 후 점차 말수가 줄고, 허리와 엉덩이 통증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피로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한 달만에 체중이 8kg 줄기도 했
앞서 1·2심은 "조씨가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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