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난 줄 알았다'
'공포에 떨었다'
'이런 시국에 꼭 이런 비행을 했어야 했나'
SNS엔 항의가 빗발쳤고, 방송사엔 '북한이 정말 쳐들어온거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실은 우리 공군 에어쇼팀 블랙 이글스가 나흘 뒤에 열릴 국제 휠체어 마라톤 대회의 축하 비행을 위해 사전 훈련을 한 거였죠.
근데, 하필 오늘은 북한 인민군 창건일입니다. 북한 핵도발에 대비해 미국이 함정을 보내고, 중국이 2급 전비 태세에 들어가고, 전 세계가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바라보고 있던 날입니다.
이런 시국에, 그것도 군이 이런 훈련을 꼭 해야했을까요.
또 오늘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훈련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루 두 차례, 그것도 도심 상공에서 훈련을 한다면서 공지는 일반인들은 잘 찾지도 않는 블랙 이글스 홈페이지와 SNS에 올린 이 한 페이지의 글이 전부였거든요.
기상 상황으로 오후 훈련은 취소됐지만 이 또한 달랑 SNS에 올린 게 다입니다.
닷새 전 경북 영천에선 도민체육대회 축하 비행 훈련을 한다며 별다른 예고없이 전투기가 뜨는 바람에 놀란 주민들이 제대로 옷도 입지 못하고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일까지 있었죠.
블랙 이글스 도심 훈련은 원칙적으론 행사를 주최한 지자체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훈련도, 행사도, 사전 공지는 주최 측이 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블랙 이글스는 우리 군의 자랑스런 존재임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 특수 비행팀입니다. 국가의 안전을 우선시 해야하는 군이 이런 때 제대로 된 예고도 없이 축하 공연 준비를 했다는 걸 이해할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요.
국민들은 지금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에 아주 예민해 있습니다. 걱정이 태산같은 이때, 국민을 안심시켜야할 군이 국민을 더 놀라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