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이 자필로 쓴 업무수첩 내용 등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안 전 수석과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혐의(직권남용 등) 26회 공판을 열고 안 전 수석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 전 수석의 전 보좌관으로부터 추가 입수한 그의 업무수첩 39권중 2015년 1월 19일과 29일자에 각각 'VIP(대통령) 대기업별 문화재단 갹출 공동문화재단' '대기업 재단 출연' 등의 기재가 있다는 점을 추궁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 지시를 처음 받은 것이 언제인가" "대통령에게서 어떤 지시를 받았나" 등의 물음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특검이 입수한 수첩은 제가 보지도 못했고 부동의한 증거"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임의제출한 수첩 17권 외에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수첩에 대해서는 '위법하게 수집했기 때문에 법정 증거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안 전 수석은 또 검찰 측이 "재단 설립 업무를 경제수석이 담당한 이유도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라고 묻자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기업 현안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재단 출연을 요구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독대했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혐의 재판을 향후 지난 17일 기소된 박 전 대통령·최씨의 뇌물 혐의 등 사건과 병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 전 수석의 결심 공판과 선고도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가 마무리될 때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특검 측은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혐의 6회 공판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의혹이 있는 다른 사례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최씨가 추진한 '미얀마 K프로젝트' 사업을 반대했던 이백순 전 미얀마 대사(58)에게 청와대가 경고성 메세지를 보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이 전 대사는 최 씨가 추천한 삼성전기 임원 출신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58)의 전임자다.
조서에 따르면 이 전 대사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통해 '더이상 반론을 제기하면 공관장 신상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관철시켜라'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이 지난해 10월 취소된 이유에 대해 "외교부 내에서는 최씨가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취소됐다
이날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38·불구속기소)의 2회 공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로 불린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비선진료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다.
[채종원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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