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결혼하고 싶다는 친구와 후배가 넘쳐난다. 물론 선배들도 있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안 했거나 혹은 못 한 싱글들 입장에서는 이게 아니다. 주변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결혼 생활을 수없이 목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 않은 결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봄이 오고 있다. 터지는 꽃망울에 다시 마음이 설렌다. 라디오에서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청춘남녀들에게 연애를 시작하라고 신호탄을 울리는 곡이다. 이 노래를 듣는 누군가는 사랑에 절박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넓은 오지랖으로 주변의 청춘남녀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다. 연애도 결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나봤다. 바로 국내 1호 연애코치 이명길 씨다.
"기자님은 미혼이시죠?" 3월의 어느 날 이명길 씨를 만났다. 처음부터 한 방 먹은 느낌이다. 뭔지 모를 자격지심인지 '당신은 결혼을 못 했을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의 공손한 버전으로 들렸다. 인터뷰 시작 전 찰나의 순간 기 싸움(?)이 시작된 듯 느껴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결혼을 못 한 것처럼 보이나봐요?" 라고 물어보니 "아니요, 그건 아니고 결혼을 안 하시는 쪽으로 선택하고 사시는 분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사회생활 10년이 넘었다. 그럴 듯한 말에 속지 않는다. 또 나 역시 나도 누군가에게 듣기 좋은 말을 영혼 없이 던진 적이 없었던가.
어쨌거나 결혼 여부는 취재가 다 끝난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일단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연애가 힘든 사람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해보기 위해 '국가 비공식 연애능력평가고사' 마루타 수험생으로 나섰다.
여러분도 함께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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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문제는 2030을 위한 연애평가고사다. '골드미스'등 40대 미혼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면 너무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이 문제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바로 이 기사에 등장하고 있는 이명길 씨다.
이명길 씨는 국내 최대 결혼업체에서 수석코치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그는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1990년대 연애 카테고리에 글을 게재하면서 방문자 수 1위를 달성한 기록이 있다. 당시 싸이월드에는 결혼·연애 관련 카테고리만 해도 2만개가 넘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라디오 방송에서 연애 상담 컨설턴트로 그리고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2013년에는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사전에 '연애코치'를 대한민국 정식 직업군으로 등록시켰다.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문제는 1000문항에 이른다. 정말 이 문제에 정답이 있을까 의심이 들겠지만 정답과 풀이를 들으면 무척이나 수긍이 간다. 보통 그가 강연에 나가면 이렇게 20개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지를 활용한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1등을 한 사람에게는 선물도 준다.
이젠 점수를 공개할 차례다. 국내 연애코치 1호가 '미혼이신가 봐요' 라고 한 말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채점 결과는 '60점'이다. 인생사는 역시 어렵다. 마음을 추스르고 이 시험을 보는 사람들의 평균 점수를 물어봤다. 나는 분명 그가 60점이라고 대답할 거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연애코치 10년이면 그 정도의 센스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쁘게도 나의 예상이 적중했다. 하지만 다시 먹구름 같은 코멘트가 이어졌다.
"앞부분은 20대를 위한 문항 그리고 뒷부분은 30대를 위한 문항이 많았어요. 앞부분은 거의 다 맞았는데 뒷부분에서 거의 다 틀린 걸 보니 30대에는 연애를 안 해 봤나 봐요?"
그의 말이 비수로 꽂혔다. 맞다. 나는 30대에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깐 못 푸는 게 당연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동시에 20대에는 나도 연애를 좀 해봤다는 의미 없는 자랑도 늘어놓았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게 정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에게는 힘들 때도 그리고 좋을 때도 함께 있어줄 거라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청춘남녀에게 연애의 비법을 한 수 전해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마지막으로 연애능력평가시험의 간단한 해설을 남긴다. 오답이 많았던 관계로 문제에 대한 해설 과정은 이명길 씨가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문제를 20대 때 풀어봤으면 지금과 다른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를 괜찮은 연애코치로 인정하기로 했다. 유튜브에서 '갑오징어'라는 이름으로 BJ활동을 시작한 그를 응원한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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