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생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로 22명이 실종된 가운데 선령 제한이 없는 외항 화물선의 선박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외국 선박 안전성 검사에서는 29건의 결함을 지적받았지만 정부로부터 선박 안전점검을 위탁받은 한국선급(KR)은 정기·연차 검사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선박 침몰 사례를 보더라도 무거운 철광석을 실은 화물선이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운항 중 갑작스럽게 침몰한 경우가 많아 초대형 화물선의 경우 선박 검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11년 11월 13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철광석 1만6992t을 싣고 중국 산둥으로 향하던 1만5000t급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호가 남중국해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심판원은 수분이 많이 함유된 철광석을 실은 배가 강한 비바람에 흔들리면서 화물창 내의 철광석이 액체같이 변하는 현상(액상화) 때문에 복원력을 상실해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배의 선령은 25년이었다. 당시 선원 21명 중 13명이 구조됐지만 한국인 3명과 미얀마인 3명이 실종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사고 전 기상이 나쁘지 않아 침몰 원인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해운업계에서는 선체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는 작은 파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93년 일본에서 유조선으로 건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2009년 1월 철광선 운반선으로 개조했다.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체의 모든 강판과 중요 부품을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개조 뒤 8년 만에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생존 선원 증언을 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선체 균열로 많은 양의 해수가 들어와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5분여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이 닿으면 비중이 높아지는 철광석의 특성상 급격한 무게 상승 때문에 배가 왼쪽으로 기울고 선체가 부서져 침몰했을 가능성에 선사 측은 무게를 두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무거운 철광석을 싣는 광탄선은 화물선, 유조선 등 다른 선종보다 선체 피로도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해운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철광석 운반선은 선체 피로도가 크고 화물칸이 침수되면 철광석의 무게 증가로 침몰 위험이 상당히 커 선체 비파괴 검사 등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선령 제한이 없는 외항 화물선의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아시아태평양 항만국통제위원회로부터 8번에 걸쳐 외국 선박 안전성 검사를 받은 결과 선박구조의 방수·방풍과 추진기관·보조기기 상태를 비롯해 총 29건의 결함을 지적받았지만 한국선급(KR)은 정기·연차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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