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에서 돌연 숨진 한 살배기 남자 아이의 사망 원인이 친부의 폭행에 의한 장 파열인 것으로 추정됐다. 아이의 부모는 컴퓨터 게임에 중독돼 다른 자녀들도 방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숨진 A군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사인은 장 파열로 인한 복부 손상으로 추정된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의 아버지 B씨(31)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시흥시 자택에서 A군이 칭얼댄다는 이유로 A군의 배를 주먹으로 2차례 때렸다.
친부에게 맞은 뒤 음식을 잘 먹지 못하던 A군은 4일 오전 5시50분께 시흥시의 한 병원에서 돌연 숨졌다.
의사는 A군의 몸이 매우 말라 있고 복부와 손목, 무릎, 발목 등에 멍 자국이 발견되자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군의 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중 A군 친모 C씨(22)로부터 "남편이 평소 자주 아기를 때렸고 지난달 30일엔 아기가 칭얼댄다는 이유로 아기 배를 2차례 주먹으로 세게 때렸다"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친부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부부는 A군 외에도 아들(5)과 딸(3) 등 두 남매가 더 있다. 이들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발육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부부는 두 남매를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았다. 큰아들은 5살인데도 말을 잘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으면서 아이가 집에서 말을 하려고 하면 B씨가 '시끄럽다'면서 자주 때렸다고 한다"며 아이가 집에서 입을 다물고 있다 보니 말을 잘 배우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B씨 부부는 세 남매를 이렇게 방임하면서도 수시로 PC방을 들락거리며 게임에 열중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용직 노동자인 B씨가 급여를 받아와 수중에 돈이 생기면 B씨는 아내와 함께 동네 PC방을 찾아 게임을 즐겼다. 부부는 하루 3∼8시간씩, 어떤 때는 12시간씩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이들이 즐긴 게임은 다중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MOPRG)으로 게임 속 캐릭터를 키워가며 적을 죽이는 내용이다. 게임 속 허구의 캐릭터엔 각별한 애정을 쏟으면서 정작 본인들의 실제 자식들은 학대하고 방임했다는 얘기다.
오는 18일 첫돌을 앞두고 있던 A군은 사망 당시 6.1㎏으로 정상아
경찰은 B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친모 C씨에 대해서도 방임(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생존한 두 남매를 이들 부부와 분리 조치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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