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 말인 줄 아십니까. 군부대에서 소속 장병들의 부모님께 보낸 안내문 내용입니다.
수도권의 한 부대가 6·25 전쟁 때 매몰된 지뢰 제거 작전을 앞두고, 장병들의 부모님께 보낸거죠. 부모님의 동의를 받은 장병들은 모두 작전에 투입됐고, 그렇지 않은 장병들은 작전에서 열외됐습니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님 입장에선 안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별의 별일이 다 있다'·'이젠 전쟁이 나도 부모에게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도 되는가를 물어야하겠네'·'이럴바엔 군에 가는 것부터 부모의 동의를 구하지?' 대부분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결국, 부대는 동의서 발송을 취소했죠.
군부대가 이런 안내문을 보낸 이유는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부모들의 민원이 부쩍 늘었기 때문인데, 친절한 안내문 같지만 바꿔 말하면 혹시라도 군 작전 중에 사고가 나더라도 군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꼼수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해마다 군에선 100명 안팎의 군인이 사건 사고로 숨집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사고가 아닌 자살로 군 생활 부적응, 집단 따돌림, 구타나 가혹행위 등이 원인이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상식밖의 지나친 배려로 가리려고만 드니 이런 걸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하죠.
한반도에 전쟁이 없었던 지난 60여 년, 불안한 평화를 누리면서 우리 군은 기강이 점점 해이해져 이젠 작전에 군인을 투입하는 것까지 부모의 허락을 받을 정도가 됐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 호국영령들이 지금 이 지경인 우리 군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참담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