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신항 모습 |
세월호가 수면 밖으로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지 이틀째인 26일 오전. 인양 현장에서 87km 떨어져있는 목포신항만은 세월호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세월호 선체가 거치될 철재부두 한켠에는 하역설비 업체 직원 10여명이 주말을 잊은 채 화물과 고철 더미를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곳에 세월호 관련 작업을 수행할 컨테이너 사무실이 들어선다고 들었다"며 "사무실이 들어설 수 있게 기존 물건들을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철재부두에는 한 통신업체 차량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다. 항만 관계자는 "각 컨테이너 사무실에 TV, 전화, 인터넷을 설치하기 전에 사전조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해수부 대변인실과 프레스룸이 들어설 철재부두 옆 CFS(화물 수집·분배시설)건물 역시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철재부두와 그 인근은 지난 3년간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묻혔던 진실과 한을 풀어줄 역사적인 조사현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세월호 거치와 후속작업이 이뤄지는 철재부두는 3만평(약10만㎡) 넓이. 이중 약 9000평은 세월호 선체정리와 유품·폐기물 처리 등을 위한 선체정리구역으로 사용한다. 선체는 부두 가장자리에 항만과 평행하게 거치될 예정이다.
선체 반대 쪽 부지 약 1000평에는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활용한 컨테이너 57개동이 설치된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이 머무를 컨테이너도 이곳에 마련된다. 오는 28일 구성돼 4월초께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실려 목포신항만에 도착하면 대형 트랜스포터에 의해 철재부두 위로 옮겨진다. 트랜스포터는 바퀴가 달린 상판들을 연결시켜 만든 거대한 화물차다. 바퀴 수만 총 1000개다. 세월호를 반 잠수선에서 부두 위로 이동시키는 데에는 총 500개의 축(바퀴 한쌍과 이를 연결한 구조물)이 동원된다. 워낙 소요되는 축의 수가 많아 인천항, 평택항, 부산항 등 전국 항만에서 공수될 예정이다.
부두의 지반이 세월호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지반강도 검사도 이미 마쳤다. 세월호가 거치될 곳은 면적만 3만 ㎡에 이르고 1㎡당 3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불순물 포함해 1만t 무게인 세월호는 거뜬히 감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신항만 운영사 측은 지난해 5월 세월호 거치장소로 선정된 이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경비와 보안도 엄격해진다. 경찰과 군이 외곽경비를 맡아 조사기간 동안 항만을 철저히 통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거치 장소와 컨테이너동 사이에는 좁은 통로를 설치해 출입동선을 제한한다. 거치 기간 동안 철재부두 출입은 컨테이너동 쪽에서만 가능하다. 바다를 인접한 면을 제외한 철재부두 모서리 세 면에는 모두 방호펜스가 쳐질 예정이다.
수백명의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이 몰릴 예정이다보니 항만 주변 음식점과 모텔들도 손님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목포신항만 입구와 약 1km 떨어진 모텔들은 벌써 예약자들로 절반 이상의 방이 나간 상황이다. 모텔 관계자는 "평소 예약 손님이 전혀 없었는데, 세월호 관련 공사 관계자들의 예약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들 주인은 "나흘 전부터 외지 사람들이 자주 오고 있다"며 "아르바이트생들도 여럿 모집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목포신항을 찾는 추모
[목포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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