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삼성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지원의 성격이 뇌물수수인지, 아니면 직권남용·강요에 해당하는지를 분명히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는 뇌물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법원은 범죄의 소명, 사안의 중대성 등이 입증돼야 구속영장 발부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어떤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하나의 사실관계에 서로 다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혐의는 가급적 하나만 적는 것이 원칙적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8가지, 올해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중 뇌물죄는 형량이 가장 무거워서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혐의로 꼽힌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공모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지원하는 대가로 433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최씨를 뇌물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기업들에 강요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갈취했다고 밝힌 검찰보다 혐의를 더 무겁게 본 것이다.
특본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관련 기록과 증거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과 증거를 검토한 다음 법리검토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뇌물 혐의 피의자 중 공여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수자에겐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수 조사를 하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관계자는 또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 전에 다른 사람에 대해) 필요하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썬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 16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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