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를 수업 보조교재나 참고자료로 쓰겠다고 신청한 희망 학교가 83곳으로 집계됐다. 이를 계기로 교육계 안팎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과 교육현장의 혼란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와 정치권, 정부 모두 정치 논리에 따른 개입을 자제하고 일선 학교가 교과서 선택 자율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모두 83개 학교가 국정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3982권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중학교는 33곳(지도서·고교 한국사교과서 포함 1744권), 고등학교는 49곳(지도서 포함 2198권)이 신청했다. 특수학교는 1곳(40권)이었다. 설립 형태별로는 공립이 22개교, 사립이 61개교로 사립학교가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11곳, 경기 13곳, 인천 1곳, 부산 5곳, 대구 6곳, 울산 4곳, 대전 5곳, 광주 1곳, 경북 19곳, 경남 5곳, 충북 3곳, 충남 10곳 등이다.
교육부는 전국 28개 국립 중·고교와, 재외 한국학교 22곳에도 개별 학교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각 20권 안팎의 국정교과서를 배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국정교과서를 배포받는 학교는 총 100곳이 넘어서게 된다. 전국 중·고등학교 5564곳 가운데 1학년에 역사·한국사 교과목을 편성한 곳은 1762곳이다.
교육부는 이번에 신청 결과를 공개하면서 학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학교 선정 과정에서 힘든 과정을 거친 학교가 많아 학교 보호 차원에서 명단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을 희망한 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학교를 적극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가 아직도 후폭풍에 시달리는 만큼 희망 학교에서도 찬반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학년 전체가 수업 보조교재로 국정교과서를 활용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나 교사들이 강력 저항할 수도 있다.
교육계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무조건 막으려는 시도는 학교의 자율성을 부인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거세다.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소모적인 대립과 외부단체 압력을 끝내려면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옳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채택을 위해 교육부가 특혜를 줘서도 안되겠지만 전교조와 정치권이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도 막아야 한다"며 "학교와 학생 등 교육주체 선택에 맡겨 공정한 경쟁을 펼친다면 국정이든 검정이든 수준 이하 교과서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도 "그간 연구학교 신청을 둘러싸고 학교의 신청권한을 원천 봉쇄하거나 특정단체와 세력들이 예고도 없이 학교에 찾아와 비교육적 언사와 행동을 일삼았다"며 "연구학교 신청과 보조교재 등 활용 여부는 학교에 권한이 있는 바, 역사교과서에 대한 찬반을 넘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동을 삼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 이슈에 편승하기 보다는 교육적 가치와 논리에 따라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공동체 대표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다보니 외부 단체가 결정을 좌우하고 있다"며 "학운위 기능부터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측은 희망학교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83곳이나 신청한 것은 학내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하고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했거나 사학재단이 외압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제대로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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