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한국 프랑스 미국 등 다국적연구자 43명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의사의 손이 닿기 힘든 전립선암과 난소암 등 복강경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수술부위를 자동 인식하는 이른바 '센싱 기술'을 활용해 AI가 수술에 필요한 정보를 인간 의사에게 실시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강경 절제수술의 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톱 클래스급 논문'으로 인정받았다.
서울대 성대 연세대 소속 국내 연구진 3명이 공저자로 참여했지만 주 저자는 일본인이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지난 10년간 AI분야에서 톱클래스급 연구에 참여한 유일한 실적이다. 톱 클래스급은 최근 2년내 발표된 논문 가운데 인용건수 기준으로 상위 0.1% 안에 드는 인기 논문을 말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여년 간 쏟아낸 AI분야 톱 클래스급 연구논문은 각각 28건과 24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머신러닝 분야에선 이 수준의 논문을 단 한건도 내놓지 못했다.
글로벌 학술 및 특허 정보서비스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구 톰슨로이터 지적재산·과학 사업부)는 최근 20년간 발표된 AI·머신러닝 분야의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학술 논문을 전수 조사해 이같이 지적했다. 1997~2016년까지 학술 논문 데이터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등재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관련 논문 66만 3900건과 10만 8000건을 각각 분석한 결과다.
23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클래리베이트 AI백서-인공지능 혁신의 세계적 동향과 한국의 현주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연구논문이나 연구자는 질과 양 모두에서 미국 중국 등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연구는 논문 건수로는 세계 11위의 '평범한' 수준이며 영향력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클래리베이트는 AI 관련 분야에서 특히 짧은 기간 가장 인용이 왕성하고 빠르게 이뤄진 '상위 0.1%'의 톱클래스급 논문을 각국별로 비교했다. 전체 AI분야에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단 1건으로 미국 중국은 물론 영국(7건) 독일(5건) 등에도 크게 뒤처졌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머신러닝 분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머신러닝 분야에서 '톱 클래스급' 논문을 한건도 내놓지 못했고 같은 기간 중국은 16건을 내놓아 미국(10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진우 클래리베이트 한국 지사장(인공지능분야 컴퓨터공학 박사)는 "한국은 비교국가들 중에서는 발표 논문의 규모와 우수 논문의 비중이 매우 낮다"며 "한국 내에서도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연구자들이 있지만 연구 영향력 면에서 아직 '아기 걸음마'조차 못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모펀드 오넥스와 베어링 PE(프라이빗 에퀴티) 아시아가 인수해 톰슨로이터에서 분사한 클래리베이트는 세계적인 학술 및 지적 재산 전문 기업이다. 흔히 'SCI급 논문'으로 알려진 SCI는 클라리베이트사가 운영하는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 <용어 설명>
▷ SCI(Science C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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