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간지'가 일본어라니"…생활 속 뿌리박은 일본어 잔재들
↑ 사진=연합뉴스 |
98번째 3ㆍ1절을 맞았지만, 애초 일본어였는지조차 모를 만큼 한국어에 뿌리박은 일본 단어가 여전히 많습니다.
젊은이부터 어르신까지 입버릇처럼 하는 말에서 일본어 잔재를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오뎅 먹자", "구라치지마", "간지 난다", "뽀록 났다", "네가 뎃빵이지", "너는 내 꼬붕"
모두 어린아이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어묵 먹자", "거짓말 하지마", "멋지다", "들통났다", "네가 우두머리지", "너는 내 부하" 등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말입니다.
어른들의 회식자리는 그야말로 일본어로 가득ㅎ바니다.
"다대기(다진 양념) 좀 주세요", "회 한 사라(접시) 주문하자", "요지(이쑤시개) 있어요?", "계산은 분빠이(분배)",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끝냄)"
2차 회식 장소로 찾는 '가라오케'는 빈 것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라'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입니다.
'다이(탁자)', '다마(공·알)', '오시(밀기', '히끼(당기기)', '시네루(비틀다)' 등 당구 용어는 일본어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이 순화됐다고 하지만, 법률 용어, 산업 현장, 예술계, 언론계 등에서 쓰이는 용어 가운데 상당수도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훈화(말씀), 공람(돌려봄), 노가다(막벌이), 시다(아래), 와꾸(틀), 사츠(경찰), 마와리(돌다)는 잘 알려진 일본식 표현입니다.
납골당(納骨堂)은 일본 법률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뼈(골·骨)을 강하게 부각하기보다 '돌아가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인 '봉안당'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자로 표기된 일본 고유어가 일본 강점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그대로 한자어로 탈바꿈한 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학업이나 실무 등을 익힌다는 의미의 '견습'(見習)은 고유 일본어 '미나라이'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 한자음으로 읽은 말로 '수습'으로 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2014년 이한섭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을 보면 '가마니', '배달', '설비', '운동' 등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들어온 어휘가 3천634개나 됩니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한섭 교수는
국립국어원이 2005년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는 무려 1천171개의 순화 대상 용어가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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