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여성 10명 중 2명은 성추행과 강간미수, 강간과 같은 신체적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성인 남성의 경우 신체적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는 27일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여성의 21.3%가 성추행과 강간미수, 강간 등 신체적 성폭력 피해를 한번 이상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성추행·강간(미수) 등 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여성은 1.5%였다. 남성의 경우엔 신체적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2%에 그쳤다.
여성 피해자 대부분이 폭행과 협박을 수반하지 않은 성추행(20.6%) 피해였다. 가장 흔한 성폭력은 '성기 노출'로 여성의 30.4%가 피해 경험이 있었다. 성추행이 21.5%, 음란 메시지와 같은 PC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성폭력은 12.1%였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폭력은 가해자가 아는 사람일수록 심각했다.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추행(70.0%)과 강간(77.7%), 강간미수(60.1%)는 가해자의 3분의 2 이상이 아는 사람이었다. 여성의 1.5%가 피해 경험이 있는 스토킹도 82.3%가 아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였다. 반면 폭행·협박 없는 성추행은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87.8%였다. 그 중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가 78.1%로 가장 많았다.
여성 피해자의 52.0%는 피해 상황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쳤다', 20.5%는 '피해 다녔다'고 답했다. 15.0%는 저항하지 못한 채 그냥 당했고 이에 비해 '힘으로 저항하고 싸웠다'(1.6%)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3.1%)는 피해자는 소수였다. 도움을 요청한 상대는 이웃이나 친구가 82.6%로 가장 많았고 가족·친척이 49.5%, 선·후배가 18.8%였다. 경찰은 2.2%, 성폭력상담소 또는 보호시설은 0.1%에 불과했다.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경찰을 찾지 않았다는 응답이 49.1%로 가장 많았지만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도 21.3%나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의 20.4%는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고 신체적 상처를 입었다는 응답도 0.4%였다. 반면 남성 피해자는 2.6%만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55.2%는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은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4.4%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때문에 일어난다'고 답했으며 47.7%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42.5%는 '여자가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가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한다는 뜻이다'라고 답했다.
성폭력 신고에 왜곡된 시각을 가진 남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 중 35.6%는 '수치심이 있는 여자는 강간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31.3%는 '강간을 신고하는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여가부 관계자는 "여전히 성폭력 피해를 외부에 알리지 않거나 공적 지원체계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여성과 남성이 모두 참여하는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경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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