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피규어(캐릭터 모형)를 수집하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해 온라인 경매에서 스타워즈 피규어 한 점을 손에 넣었습니다. 국내에서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시리즈였습니다. 이 씨는 "해외에서 공수하거나 동호회 사이트에서 거래하면 아무래도 웃돈이 붙어 비싼데 경매로 낙찰받아서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나날이 성장하는 온라인 경매 시장에서 30대 남성이 새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중년 부유층의 호사처럼 여겨졌던 경매는 온라인 시장이 등장하면서 취미 활동의 한 영역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30대 남성이 있습니다.
26일 온라인 경매회사인 서울옥션블루 집계에 따르면 낙찰자 중 30대 남성의 비율이 29%를 차지했습니다. 온라인 경매로 물건을 수집한 사람 중 3명 중 1명이 30대 남성인 셈입니다. 대다수가 1회 이상의 응찰 경험이 있는 서울옥션블루 고객 중에서도 30대 남성은 가장 높은 19.3%의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들이 주로 사들이는 것은 토이·피규어, 오디오, 디자인 제품들입니다. 특히 토이·피규어의 인기는 계속 상승세입니다. 2016년 진행된 서울옥션블루 경매에서 토이·피규어 낙찰자 중에서 30대 남성의 비율은 63%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남성을 중심으로 장난감과 인형, 캐릭터를 즐기는 '키덜트'가 주류 문화로 떠오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낮게는 수십만 원에서 시작하는 토이·피규어가 다른 수집품보다 더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도 경매 시장에서의 인기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손지성 서울옥션블루 홍보팀장은 "경매 시장이 김환기 그림 같은 고가의 미술품뿐 아니라 토이와 피규어, 오디오, 가구, 와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대중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30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풍족한 물질적 환경에서 자랐기에 소비에 익숙합니다. 또 외둥이거나 한 명 정도의 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경우가 많아서 취향을 드러내는 게 자연스러운 세대입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 배우 박해진, 심형탁 등 피규어와 토이 수집으로 유명한 다수 연예인도 이 세대에 속합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0대들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다른 돈은 아끼더라도 안락함이나 즐거움을 주는 물건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곽 교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저런 월급을 받으면서 무슨 인형을 사고, 고급 오디오를 사느냐'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개인에게는 삶의 에너지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만한 소비문화"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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