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무더기로 증인을 신청하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절차적 하자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탄핵심판을 어떻게든 미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0일 15차 변론에서도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삿대질을 해 논란을 빚었던 대한변호사협회 전 회장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는 이날 내란, 대역죄, 당파싸움, 시가전 등을 운운하며 장장 1시간에 걸친 맹공격을 퍼부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사법연수원 14기)에 대한 과한 흠집내기로 방청객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그는 강 재판관이 국회 소추위원단에 편향된 심판 진행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분명 국회 편을 들고 있다. 대통령 측 입증이 부족하다고 해서 재판관이 나서는 것은 조금 과한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헌재가 탄핵소추 의결을 위법성을 문제삼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헌법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틀렸음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이날 헌재가 탄핵심판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대통령 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은 이날 변론이 시작하자마자 "심판정 안팎에서 사법권 독립과 재판 신뢰를 훼손하려는 여러 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매우 우려를 표한다.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절대 삼가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재판 공정성을 훼손하는 시도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은 앞서 지난 12차, 13차 변론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대통령 측은 오후 변론에서 헌재가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심판 선고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내란'까지 운운하며 심판 연기를 대놓고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기 때문에 재판관 9인이 판결해야 한다. 결원이 생기면 즉시 충원을 요청해 기다린 다음 평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관 8인으로 판결하면 찬성 쪽이든 반대 쪽이든 재판 무효라고 주장할 게 뻔하고 우리나라는 자칫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제도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폭언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는데, 12년도 채 안 되서 박근혜 대통령이 심판을 받는 유례가 없고 불행한 사법사의 비극이 일어났다"며 "83년이 남은 21세기 말까지 10명의 단임제 대통령이 이 자리에 다시 서서 재판받는 비극이 계속돼 필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를 상대로도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국회에게 "무고한 박 대통령을 쫓아내 조기 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기 한 것이라면 국정농단 대역죄에 해당된다"고 비난했다. 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57·16기)에게는 "북한에나 있을 법한 정치탄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 변호사는 "국정농단이 뭔지 아십니까. 이런 단어를 쓴 것은 당파싸움을 하자는 것" "북한에나 있을 법한 정치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회 측은 이날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미르·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취한 이득이 없는 것은 사유화 시도가 미수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황정근 변호사(56·15기)는 "대통령과 최순실이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얻으려 했던 건 정부 예산의 사유화"라며 "예산을 두 재단에 투입하고, 그 예산이 최씨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에 독점적으로 흘러가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1시간이 넘는 집중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 동안 24명의 증인 신문을 통해 입증된 대통령 소추사유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1일 대리인단 전략 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던질 질문들을 확정하고 검토 중에 있다. 국회 측은 "재판부 허용 범위 내에서 박 대통령에게 이 사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다 캐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부실한 답변을 내놓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직접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변호인이 피고인 대신 답변하지 못한다. 헌법재판에서 피소추인 신문도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대리
헌재는 앞서 대통령 신문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에 따른 당연한 소추위원의 권리라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경우 막을 도리는 없다.
[김윤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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