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대학 졸업식하면 온 가족이 꽃다발을 들고 학교에 가 사진도 찍고 맛있는 식사도 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기뻐하고 기념하는 행사였는데 요즘은 다릅니다.
기념사진은 졸업식 전에 학사모와 가운을 빌려 혼자 찍거나, 학교 앞 사진관에서 몇몇 친구들과 찍습니다. 졸업 앨범은 애초에 사진을 찍지 않으니 살 필요도 없고, 졸업장은 택배로 받죠.
그러니 부모님이 졸업식날 학교에 올 일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짐작하시겠지만, '취업' 때문입니다.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 중 31%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취업이 되지 않아서 창피하고 부모님께도 죄송해서였습니다.
그들에게 졸업식은 그저 취업자들만의 파티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거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3.4%, 전체 평균 실업률 3.2%보다 높습니다. 더구나 입학생이 가장 많았던 10~14학번들이 졸업을 하게 되면서, 향후 3년 간 대학 졸업자는 사상 최대 수준. 게다가 2천여 개 상장 기업 중 20%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없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상황이 이러니 졸업을 아예 포기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4년제 대학 졸업유예 학생은 2011년부터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재작년엔 무려 1만 7,744명이 졸업을 늦췄습니다. 때문에 '제일 오래 다니는 학교는 초등학교가 아닌 대학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죠.
학생 신분을 벗고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어야 하는 순간, 여전히 학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또는 벗어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겐 졸업식은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버린 겁니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청백전'·'이태백' 이런 말이 유행어가 된 지금, 누가 감히 새로운 시작을 축하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졸업을 축하 받지도, 축하 하지도 못 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