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낙태·단종(불임)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한센인들이 최종 승소한 것은 2011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지 5년여만에 처음이다.
15일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낙태·단종 수술을 받은 한센인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낙태 피해자에게 1인당 4000만원, 단종 피해자에게 1인당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의사들이 피해자들에 대해 시행한 정관절제 수술과 임신중절 수술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국가가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또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센인피해사건법에 의해 한센인들이 피해자 결정을 받기까지는 객관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국가가 입법조치를 통해 피해보상을 해주길 기대했으나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비로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1950~1978년 국가가 한센병 환자의 치료 및 격리수용을 위해 운영해 온 국립 소록도병원, 익산병원(소생원) 등에 입원했다. 이들 가운데 10명은 병원에서 강제로 낙태 수술을, 9명은 단종 수술을 받았다. 이후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2007년
이번 확정 판결은 현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같은 내용의 소송 5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센인 피해자 520명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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