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호황기에 등장해 '복지 (울산) 동구'를 상징했던 울산 한마음회관의 1600원짜리 짜장면이 16년만에 사라졌다.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조선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8일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주민 편의시설 한마음회관 식당. 식당 입구에는 7일부터 짜장면 가격을 16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짜장면 외에도 짬뽕, 탕수육 등 가격도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3000원 올랐다. 식당 측은 최근 식재료 값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따라가다보면 조선업 불황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회관에서 열린 노래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식당을 찾은 한 60대 남성은 "현대중공업 지원 덕분에 1만원권 1장으로 동료 6명과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생생하다. 짜장면 가격이 오른 것보다 현대중공업의 호시절이 끝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1년 한마음회관 개관과 함께 회관 안에 한식, 중식, 양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했다. 당시 중식당의 짜장면 1그릇 가격은 1000원. 이후 식재료 값 인상 등으로 1200원, 1500원으로 오른 뒤 2001년부터 16년간 1600원을 유지했다. 한마음회관의 짜장면 가격은 일반 중국음식점의 짜장면 1그릇 가격이 5000~6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에다 대기업이 직접 운영해 안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갑이 얇은 근로자와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마음회관 식당을 찾는 손님의 40%는 짜장면 손님일 정도로 짜장면의 인기는 높았다. 손님이 밀려들면서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번호표 기계도 등장했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번호표를 뽑아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는 풍경은 한마음회관 중식당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은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선박 수주난에 따른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이 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 지난해 7월 한마음회관 식당 운영권마저도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 한 직원은 "짜장면 가격이 오르기 전, 가격이 오른 뒤 이틀 연속 한마음회관에서 짜장면을 먹었다"며 "한동안 동료들과 과거를 추억하면서 자주 짜장면을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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