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동안 잠잠했던 구제역이 다시 확산 조짐이다. 지난 6일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 확진판정에 이어 7일에는 전북 정읍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 3월 강원도 홍천에서 구제역 발생 후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구제역이 또 발생했다. 특히 이대로 가다간 축산업이 사실상 몰락한 대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대만은 1990년대만 해도 일본 돈육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는 세계적인 양돈 수출 국가였지만 구제역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수출길이 아예 막혔다.
구제역이 연례 행사처럼 발병하고 데는 정부의 관리소홀 탓도 있지만 국내 농가들의 자체 방역시스템이 허술한 것이 구제역 반복 발생의 근본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이후 구제역 발생으로 투입된 재정소요액이 3조2742억원에 달할 정도다. 정부는 살처분 대신 백신접종을 의무화하며 구제역 대응을 강화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농가들의 자체 방역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단단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300만마리에 육박하는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되는 피해를 낳은 최근 AI(조류 인플루엔자)사태의 핵심 원인도 결국엔 출입통제, 기록관리유지 등 부실한 자체 방역시스템이 원인이었다. 농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맡겨놓는 형태의 현재의 위생.방역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대량 생산과 대량 도축 등 효율성 중심의 축산정책의 기본 틀을 확 바꿔 영국, 덴마크, 일본 등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와 식품 안전에 중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생관리에 1차적인 책임을 진 농가들이 축산시설에 대한 차단방역과 소독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날씨가 추운 동절기에 적합한 소독설비를 갖춘 곳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모두 소독하도록 하는 양방향 소독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정읍과 충북 보은 사례처럼 백신접종을 농가 자율에 맡겨놓아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최인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정책 실시는 결국 구제역 바이러스가 항상 근처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것으로 전국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농가가 이를 의무적으로 잘 따르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등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농가의 방역시스템을 개선하고 방역대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 1983년 이후 단 한 차례의 구제역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덴마크는 농장 설립 과정부터 '바이오 시큐리티 라인'을 둬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축사 내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외부 반출도 철저히 차단한다. 바이오 시큐리티 라인은 농장 입구와 가축들이 사육되는 축사 사이에 '완충 지대'를 둬 AI 또는 구제역 등 전염병 바이러스의 교차감염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낮춘다.,
농장 출입구 전에 설치된 전실과 탈의실 중간에는 낮은 칸막이가 있다. 기존 옷을 벗는 곳과 위생복을 입는 구간을 이 칸막이로 구분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교차감염을 예방하고 출입자 스스로가 방역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것이다.
이같은 덴마크의 철저한 자체 방역시스템은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방역시스템을 잘 갖춘 농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가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농가들의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상당수 농가들은 농장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아무나 막 들어가는 게 현실이며 평소에 매일 소독하는 곳도 드물다"며 "차단방역과 소독을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살아있는 우제류 동물의 이동은 제한돼 있으며 정부의 세밀한 감독하에 두고 있다. 살아있는 우제류 동물을 수송하는 모든 교통수단들은 세척돼 방역 조치한다.
아울러 외부와 농장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우제류 가축을 사육하는 농민들은 다른 농장 방문을 자제하고 살아있는 우제류 가축과 접촉함 모든 사람들은 48시간 동안 격리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료도 철저히 관리해 구제역 발병이 보고된 유럽연합(EU)회원국들에서 직수입한 사료를 농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구제역 발병이 보고된 국가들을 거친 교통수단에서 나온 축산물들은 폐기처분한다.
외국사례를 벤치마킹할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재홍
[서동철 기자 / 김세웅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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