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 1차 도급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 2007년 한국GM이 1차 도급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정규직 생산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이듬해 부터 2014년까지 연달아 지원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A씨는 도급업체 동료로부터 "돈을 써야 들어갈 수 있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2015년 A씨는 취업 성공률이 높기로 소문난 취업 브로커로부터 70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환경미화원인 이모가 수년동안 일해 모은 돈을 빌려 건네고 서야 합격통보를 받았다.
국내 5대 완성차중 한 곳인 한국GM의 노조가 사측과 결탁해 수년동안 취업·납품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노동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노조가 사측과 결탁해 취업장사를 하고, 납품이권에 개입했다. 심지어 일부 노조 지부장들은 취업 브로커로 활동하며 거액을 챙기기도 했다.
7일 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형근)는 한국GM 정규직 채용·납품 비리를 수사해 노조 전 지부장 정모씨(55)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29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한국GM 노사부문 부사장을 지낸 전모씨(58) 등 사측 임직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검찰에 기소된 노사 관계자들은 1차 도급업체 직원을 한국GM 정규직으로 뽑는 발탁채용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평가 점수 등을 조작해 123명을 정규직으로 합격시켰다. 이는 같은 기간 부평공장에서 정규직으로 뽑힌 근로자 346명의 35.5% 해당한다. 2012년 상반기 채용에 지원한 부평공장의 한 도급 직원은 학교성적이 49점으로 평가됐으나 69점으로 조작돼 순위가 36등에서 커트라인인 15등으로 올라 합격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류·면접전형에서 조직적으로 성적 조작이 이뤄졌으며, 특히 확인이 쉽지 않은 학교성적에서 제일 많은 조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들은 브로커 등을 통해 11억 5200만원을 건넸고, 이 가운데 8억7300만원이 노조 간부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지원자중 브로커 또는 노조 집행부와 친한 사이는 식사 한끼에 정규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네야 합격이 가능했다.
배경엔 임단협 교섭 등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측의 협조가 있었다. 노사부문 부사장 전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생산직 발탁 채용에 대한 전결권을 이용해 총 123명의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노사협력팀 상무는 2500만 원, 노사협력팀 부장은 2000만 원을 댓가로 챙기기도 했다.
노조간부 5명은 납품 이권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지부장은 부사장 등과 결탁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생활용품 선물세트, 체육복 납품업체, 특판행사 납품업체, 제휴 상조 업체 선정 뒤를 봐주고 5억6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품평회에서 노조 집행부를 동원해 몰래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노조원 의사를 조작하는가 하면, 사측 관계자들은 노조가 요청하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입찰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 검찰은 정씨가 집 목욕탕 천장과 차량에 숨겨놓은 현금 4억 원과 5000만 원을 발견해 환수 조치했다.
한국지엠에서 노조 지부장을 지낸 이모씨 형제는 '제2복지관 당구장 관리자'로 불리며 직원채용 전문 브로커로 명성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형제는 9명으로부터 취업알선 대가로 2억4100만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황의수 인천지검 2차장 검사는 "선량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이러한 비리 구조의 벽에 막혀 제대로 된 채용 절차를 밟지 못한채 정규직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부문이 전담하는 생산직 발탁채용을 인사부문에서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한국GM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자수자 형감면 제도'도 시행해 성과를 내기도 했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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