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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이이슬 (가명·26)씨는 설연휴가 끝나는 매년 이 맘 때면 스트레스성 소화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린다.
내주부터 시작되는 봄방학이 끝나자마자 개학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새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지난해 학생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는 3년차 교사인 이씨가 '열정'으로 가볍게 넘기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이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고 있던 학생들이 다툼을 벌여 상담하던 중 한 학생에게서 심한 욕설을 들었다. 해당 학생은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그는 "초등학생이었지만 너무 무서웠다"며 "언론에선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등 극단적 사례만 나오지만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교권침해 사례는 훨씬 많다"고 말했다.
매해 이맘때 학생과 학부모들이 '새 학기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교사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교사들이 2월부터 4월까지 두통, 복통, 불면증 등스트레스성 장애를 겪고 있어 일선 학교에선 '종합병원학교 두 달'이라고 부르기 까지 한다.
3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전국교지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조사가 전국 초·중·일반고·특성화고에 근무하는 교사 16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고교 교사 10명 중 4명은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설문에서 전체 교사의 28%가 유력 우울증, 11.9%가 확실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나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우울증 비율이 높았다.
정규 교사 중에서는 일반고 3학년, 특성화고 3학년,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의 우울증 수준이 다른 교사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초·중·고를 통틀어 20~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사 등 다양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였고 동료와 상사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다. 또 1년 이내에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신체적 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학생이었다.
특히 새 학기 첫날 이미지 관리를 잘못했다간 '왕따교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6년을 근무한 여교사 안모씨(40)는 "작년 초에 개학날 첫 출근할 때 옷을 좀 어두운 색으로 입고 갔다"며 "첫날 얘들이 내가 말하는 와중에도 자꾸 말을 끊어 한소리 했더니 어느 순간 인터넷에 나에 대한 안티 카페가 생겨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압권은 역시 '학부모 스트레스'라다. 서울지역 초등교사 김 모씨(여.25)는 개학초만 되면 '잃어버린 저녁시간'이 일상화 됐다고 한다.
밤 12시 너머까지 시시각각 걸려오는 학부모 전화와 '카톡~'하면서 날라드는 SNS 문자 때문이다. 그는 "학기초엔 학교에서 떨어지는 각종 행정업무 등 자녁에 남아 처리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다"며 "'바쁘다' 정중히 양해 말씀을 드려도 소용없고 어느 부모님엔 답장을 드리고 어느 부모님은 바빠서 답장을 못드렸더니 '차별'한다는 뒷말이 어
교총이 종합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지난 2010년 260건에서 2015년 288건으로 2배 가량 늘어났다. 2015년 접수된 상담 488건 중 절반에 가까운 46.5%가 '학부모와의 갈등에 따른 침해'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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