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사건 담당 `원로법관제` 사법부 사상 첫 도입

법원장을 거친 경력 30년 이상의 고위 법관이 1심 재판을 맡는 '원로법관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1일 대법원(원장 양승태)은 전·현직 법원장 5명을 오는 9일자로 일선 재판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병현 서울고법 부장판사(62·사법연수원 11기)는 안산지원 광명시법원, 심상철 서울고법원장(60·11기)은 안산지원 광주시법원에서 재판을 맡게 된다. 조용구 사법연수원장(61·11기), 전 특허법원장 강영호 서울고법 부장판사(60·12기), 전 춘천지법원장 성기문 서울고법 부장판사(64·14기)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소액재판 등을 맡는다.
이들 5명은 모두 원로법관에 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상철 원장은 "일선에서 재판하며 법관의 소명을 마무리 짓게 돼 기쁘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원장 등 법원장을 5차례 지낸 조병현 부장판사 역시 "마지막까지 서민을 상대로 재판할 수 있게 돼 행복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로법관들은 주로 소송가액 3000만원 이하의 민사 소액 사건 등을 담당하게 된다"며 "경륜과 실력을 갖춘 법관들이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판결을 맡아 재판 만족도와 사법 신뢰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로법관 5명은 정부 부처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 이상 법관'직을 인사 발령 후에도 3년간 유지한다. 다만 이는 공직자윤리법상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및 퇴직 후 3년간 로펌·기업체 취업 제한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관용차량 제공 등의 예우는 사라진다.
대법원은 앞서 2012년부터 법원장들이 다시 재판부로 복귀해 2심 재판을 맡는 '법원장 순환보직제도'도 시행 중이다. 고위 법관의 변호사 개업과 전관예우 폐단은 막고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한편 올해부터 서울중앙지법의 민사수석부를 1·2부로 나눠 민사 사건 1심 재판을 강화한다. 1심에서 사실관계를 충실히 다뤄 항소심 사건 수와 소요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민사1수석부장에는 김정만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56·18기)이, 2수석부장에는 김형두 서울고법 부장판사(52·19기)가 부임한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