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20년형 확정…20년만에 죄값 치른다

1997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아더 존 패터슨(38·당시 17세)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아무 이유 없이 20대 청년을 살해한 죄값을 20년 만에 치르게 됐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97년 4월 3일 오후 9시50분께 고(故)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서울 이태원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피해자 조씨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소년범이어서 징역 20년이 법정 최고형이다.
앞서 지난해 1·2심 재판부는 패터슨과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 에드워드 리(38·재미교포)도 공범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패터슨과 리가 서로를 진범으로 지목하고 각자 결백을 주장해 미궁에 빠졌지만 두 사람 모두 범인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리는 패터슨에게 '아무나 찔러봐'라며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범행 직후 친구들에게 '방금 재미로 누군가를 찔렀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리는 사건 발생 직후 이 사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1999년 대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선고를 확정한 바 있어 일사부재리(확정 판결된 사건은 다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검찰은 당시 주요 용의자였던 패터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범인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패터슨은 범행에 쓰인 흉기를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로만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뒤 1998년 출소해 미국으로 떠났다. 검찰은 그후 리가 무죄 선고를 받자 패터슨을 다시 용의선상에 올렸고, 그를 법정에 세우는 데까지 무려 1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후 혈흔분석 등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해 사건 발생 14년 만인 지난 2011년 12월 패터슨을 기소했다. 패터슨은 미국에서 체포돼 2015년 9월 국내 송환됐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