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갈 땐 영어도 잘 못했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쭉 자랐다는 점에서 제 '쓸모'를 찾았죠."
최근 미국계 대형로펌 오멜버니앤마이어스 한국사무소 공동 대표로 취임한 신영욱 변호사(46·사법연수원 29기·미국변호사)는 미국 진출 '노하우'를 묻자 이렇게 답 했다. 그는 올해 1월 1일자로 일반 변호사에서 파트너(출자 변호사)로 승진하고 사무소 대표에 올랐다.
신 대표변호사의 이력은 특히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29기'라는 대목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변호사가 1~2년간 유학·연수를 마친 뒤 미국변호사 자격을 갖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양쪽에서 모두 실무 경험을 쌓고 현지 로펌의 파트너까지 오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28개 외국계 로펌 중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는 신 대표변호사가 유일하다. 오멜버니 한국사무소 소속 변호사들도 모두 각 법과대학원(J.D.)을 마친 '순수' 미국변호사들이다.
그는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나서야 처음 해외여행을 해봤을 정도로 미국 진출은 꿈조차 꾸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2006년께 국내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4년차 변호사 때 미국 연수를 떠났다가 사표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정착했다.
"지금 생각하면 세상물정에 어둡고 철이 없었죠. (웃음) 미국에서 1년간 공부한 뒤 6개월간 현지 로펌에서 인턴 생활을 했어요. 마침 그 쪽에서 '1년 정도 남아 사건을 마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한국에 사표를 내고 미국에 남았죠.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2개월 만에 연장된 인턴 생활도 끝나버렸어요. 이후 미국에서 숱하게 이력서를 썼지만 거절 답장조차 받지 못했죠."
그는 "'나'가 아니라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는 법을 그때 배웠다"며 "결국 다른 미국 변호사에 비해 한국에 특화된 사람이라는 점에 내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오멜버니에 합격한 그는 미국법과 한국법을 모두 이해하면서 '한국 기업과 미국 제도를 이어주는 변호사'
그는 국내 변호사들의 미국 진출에 대해 "미국에도 한국 문화나 우리 말에 능숙한 현지 변호사가 많고 법률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며 "막연한 열망보다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주원 기자 / 박종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