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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급변화에 발맞춰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족심리상담지도사, 다문화상담사, 독서상담사 등 민간단체의 각종 상담 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2년새 1000여개 상담자격증이 신설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부실 교육과 사후 자격 관리 소홀로 사실상 업체들의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다. 최근엔 성폭행 전과자가 심리상담 자격증을 따낸 뒤 심리상담센터를 차려 여성 내담자를 몰염치하게 성추행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상담사들 사이에서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커지는 중이다.
20일 매일경제가 단독 취재한 결과 실제 한 심리상담지도사 교육원에서는 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을 5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해당 교육원에 문의결과 이날까지 등록하면 50% 할인을 제공하고 교육 신청 후 확인 문자를 보내면 추가로 10만원을 할인해주는 혜택까지 내놓으면서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해당강좌는 온라인으로 100시간 남짓의 강좌를 듣고 시험을 보면 자격증이 나오는 과정으로 시험마저 '오픈북 테스트(책을 펼쳐두고 시험을 보는 방법)'로 진행된다. 자격증 업체 상담을 해주는 직원은 "미리 나눠준 기출문제를 풀고 진행돼 시험은 사실 요식적인 것"이라며 "빨리 강의를 듣는 분은 한 달 안에 자격증을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성을 쌓아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한 자원봉사협회로 상담전문가들이 소속된 단체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주먹구구식 자격증 발급이 갈수록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작년까지 누적된 민간자격 등록은 무려 2만3572개. 이중 상담과 관련된 것은 3545개(15%)로 심리상담에 관한 것은 2017개(8.6%)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11년 60건에 불과했던 심리상담분야 자격증 신규등록건수는 2015년 576건, 2016년 547건으로 지난 2년간 1000건을 훌쩍 넘겼다.
상담 업계에서 조차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심리상담센터상담에서 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을 10여명을 성추행한 상담사가 실형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범죄를 일으킨 강 모 씨(49)는 상담의 하나로 역할극을 하는 것처럼 내담자를 속였고, 신체 부위를 접촉해 상대가 거부감을 보이면 "상담의 일부"라거나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심지어 강 씨는 지난 2012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받고 복역한 사실이 있었지만 심리치료센터를 개설하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최영자 한국상담학회 법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설 상담소의 경우 내담자들이 상담자의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민간 상담자격증을 취득한 뒤 상담소 간판을 내거는데 아무런 자격 제한 장치가 없어서 발생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심리·정신 상담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상담하는 일이 잦은 만큼 범죄전력 조회 등 최소한의 여과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보완 목소리도 높다. 학교에 상담사와 심리사를 배치하는 미국의 경우엔 법에 정해진 상담 자격 기관인 미국 심리학회에서 시험을 거친 사람들만 상담소를 개설하고, 학교에 배치되는 인력 역시 해당 자격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국내에서도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는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최소 3년간 인턴 기간을 거인 인력에 대해서만 자격증을 제공하고 있지만 비슷한 류의 민간자격증이 남발되다 보니 수요가 손쉽게 딸 수 있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수영 한국상담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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