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핵심 증인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에게 허위진술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국감에 출석할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했다는 취지로 말해달라'고 한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이 부회장은 "그랬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어떨 때는 국감이 끝난 뒤 안 전 수석이 '잘했다'고 연락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또 "청와대 국감을 앞두고 안 전 수석이 '두 재단과 관련해 진술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전경련 차원에서 말하라'고 지시했다"며 "(전경련) 상무가 진술할 내용을 정리해서 안 전 수석에게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또 이 부회장에게 검찰 조사에서도 허위로 진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라는 부탁을 받았고, 여러 차례 전화를 피하자 전경련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하는 취지의 메모까지 남겼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공개된 메모에는 '수사팀 확대, 야당, 특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고 새누리 특검도 사실상 우리가 컨트롤하기 위한 거라 문제없다. 모금 문제만 해결되면 문제없으니 고생하겠지만, 너무 걱정 말라'고 적혀 있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2차례 전화했고, 이 때문에 직원에게 지시해 휴대전화를 파쇄해주는 업체에 맡겼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시가 없었으면) 휴대전화를 교체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두 재단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응할 방안을 지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자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안 전 수석이) 이 방안을 'VIP(대통령을 지칭)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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