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5년~2016년 사이 크게 늘어난 아동 학대 ※자료=경찰청, 단위=건. |
지난 2015년 1월에는 인천 송도 K어린이집의 교사 양모(당시 33세)씨가 4세 여아의 뺨을 세게 강타해 아이가 처참하게 나동그라지는 모습이 동영상이 전파를 탔다. 전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인천 어린이집 '풀스윙' 폭행사건이다. 사건 직후 여론이 들끓어 어린이집에 CCTV 설치 의무화 등 각종 대책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동 보육 환경은 그 이후 더욱 악화됐다. 안타깝게도 가정과 어린이집·유치원 등 시설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 아동학대 사범 검거 건수는 2984건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761건에 비해 무려 70%가량 급증한 것이다. 대부분 영·유아 인권유린 사건은 가정에서 부모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 영유아 폭행 사건 검거 사례 역시 늘었다.
실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2016년 212건으로 전년(189건)과 비교해 12.2% 늘었고,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역시 40건으로 같은 기간 2.6% 증가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경찰이 학대전담경찰관(APO)을 편성해 어린이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학대 예방을 위한 예방 교육도 하고 있지만, 시설에서 아동 학대는 줄지 않았다. CCTV 사각지대에서 '보이지 않는 학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학대 유형은 주로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향해 교사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체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를 벌거벗겨 벌을 세우는 사례도 있었다.
학대 사례가 적발된 어린이집들 중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곳도 적지 않다. 앞서 풀스윙 폭행사건이 발생했던 어린이집도 복지부 평가인증 95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을 만큼 평가가 좋았다. 사실상 복지부의 평가인증이 시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평가인증이란 복지부가 일정 기간별로 어린이집의 보육환경을 점검하고 객관적인 평정을 실시해서 시설에 부여하는 인증점수다.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평가인증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CCTV를 설치하고 교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데도 아동학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인성과 자질 등이 검증된 보육교사들을 육성하지 못하는 시스템 탓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탈락률이 5% 미만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 이로 일부 인성과 자질이 부족한 교사들
보육교사의 처우 역시 개선 문제도 시급하다. 교사 한 명당 어린이를 최대 20명을 한나절 가량 돌보는 강도 높은 노동 강도에도 월급은 150만 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만큼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